카녜이, WSJ 전면광고 사과…“나치도, 반유대주의자도 아니다”

유대인 혐오 발언과 나치 찬양으로 논란을 이어온 카녜이 웨스트가 미국 일간지 전면 광고를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반복된 논란 이후 장문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지면에는 ‘내가 상처 준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전면 광고 형태로 실렸다. 카녜이는 “나는 나치도 아니고 반유대주의자도 아니다”라며 “내 행동을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용서를 구한다”는 문장도 포함됐다.
사과문은 과거 행적에 대한 해명과 개인 건강 상태 설명이 함께 담긴 형태다. 그는 약 25년 전 교통사고 이후 전두엽 손상이 제대로 진단되지 않았고, 그 결과 양극성 장애 1형을 겪게 됐다고 밝혔다. “현실 감각을 잃은 상태에서 파괴적 상징에 끌렸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문제 발언 당시 상황도 언급했다.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졌다”며 “몸 밖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약물 치료와 상담, 운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최근 치료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과는 장기간 이어진 논란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카녜이는 2020년 이후 유대인 혐오 발언과 극단적 메시지로 비판을 받아왔다. ‘노예제는 선택이었다’는 발언, ‘White Lives Matter’ 문구가 적힌 의상 착용, 나치 상징 활용 콘텐츠 공개 등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2023년에도 한 차례 사과했지만 이후 유사 논란이 다시 발생했다.
*‘White Lives Matter’는 직역하면 ‘백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표현은 2020년 미국에서 확산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 ‘Black Lives Matter(BLM)’에 대한 반발 구호로 등장했다. BLM이 흑인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경찰 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를 상대화하거나 반박하는 맥락에서 사용돼 왔다. 일부 극우 성향 집단이나 백인우월주의와 연관된 사례도 있어, 평등 메시지라기보다 인종 문제를 둘러싼 논쟁적 표현으로 인식된다.
미국 언론과 관련 단체 반응은 사과 자체보다 시점과 맥락에 집중됐다.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2026년 1월 성명을 통해 “사과가 너무 늦었다”면서도 “말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날 보도에서 카녜이가 사과문 공개와 동시에 새 앨범 작업과 사업 재개를 준비 중인 점을 함께 전했다. 미국 매체 Vanity Fair는 인터뷰에서 뉴욕대 반유대주의 연구센터 소장 아비노암 패트의 발언을 인용해 “수년간 반복된 발언 패턴을 고려하면 이번 사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문화매체 Vulture도 “사과와 논란이 반복돼 온 전례가 있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과문에서 언급된 양극성 장애에 대한 해석도 함께 제기됐다. 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기분장애로 알려져 있다. 조증 상태에서는 수면 감소, 과도한 자신감, 충동적 행동, 사고의 비약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경우 현실 판단이 흐려지는 정신증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만 정신의학계와 환자 단체들은 특정 혐오 발언이나 이념을 질환 자체와 직접 연결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증 상태가 판단력 저하나 충동성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까지 질환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행동과 책임의 문제는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사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도 드러난다. 가수 머라이어 캐리는 2001년 입원 이후 양극성 장애 2형 진단을 받았고, 2018년 인터뷰에서 치료 사실과 약물 복용을 공개했다. 데미 로바토는 2011년 치료 시설 입소 이후 진단 사실과 함께 자해·섭식장애 치료 과정을 공개했다. 할시 역시 10대 시절 진단을 받은 뒤 약물 치료 경험과 증상 관리 과정을 밝혀왔다.
이들 사례에서는 조증이나 우울 증상으로 인한 감정 기복이나 충동 문제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특정 인종이나 집단을 겨냥한 혐오 발언이 반복적으로 문제 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신의학계에서도 양극성 장애와 특정 혐오 표현을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제시된다. 조증 상태에서 판단력 저하나 충동성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적 이념이나 발언까지 질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카녜이의 경우 유대인 혐오 발언과 나치 상징 사용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한 행동이 반복된 뒤 질환이 해명 근거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맥락이 다르다.
카녜이는 사과문에서 “동정이나 면죄부를 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내가 다시 돌아가는 길을 찾는 동안 인내와 이해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사과와 해명이 함께 담긴 구조다.
이번 사과는 장기간 이어진 논란 이후 나온 공식 메시지다. 다만 과거 행적이 축적된 상태에서 제시된 입장이라는 점에서, 이후 행보가 판단 기준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