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훔쳐 만든 ‘전교 1등’…성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고등학교 시험지를 반복적으로 빼돌린 사건에서 법원이 관련자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단기간 범행이 아니라 장기간 반복된 점, 외부 침입과 내부 협조가 결합된 점이 모두 반영된 판단이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1단독은 14일 학부모 A씨와 기간제 교사 B씨에게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알고도 묵인하고 CCTV 조작에 관여한 행정실장 C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시험지를 이용해 시험을 치른 딸 D양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범행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교육 신뢰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라며 “학생들의 학습권과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시 경쟁 환경에서 성실히 준비해 온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범행의 지속성과 방식이다. A씨와 B씨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시험지를 확보한 뒤 이를 시험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야 시간 학교에 침입해 교무실에 보관된 시험지를 빼돌리는 방식이 반복됐고, 확보한 문제와 답안을 사전에 숙지한 뒤 시험을 치르는 구조였다. 해당 학생은 이 기간 동안 전교 1위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부 협조가 있었다. 행정실장은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도 제지하지 않았고, CCTV 시간을 조정해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한 혐의가 인정됐다. 외부 침입과 내부 관리가 동시에 무너진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단순 개인 범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사건은 시험 관리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시험지는 교무실에 보관돼 있었지만 외부 접근이 가능했고, 내부 인력이 개입하면서 기록까지 통제할 수 있었다. 관리 절차는 존재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통제력이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범행이 반복되는 동안 내부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시험 결과 이상 징후를 확인하거나 점검하는 과정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정 기간 동일한 성적이 유지됐음에도 별도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관리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다.
학교 시험은 진로와 직결된다. 내신 성적은 대학 입시에 직접 반영되고, 일정 기간 상위 성적이 유지될 경우 학생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유사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시험지 유출이나 성적 조작은 대부분 관리 체계의 허점과 내부 협조가 결합된 형태로 발생했다. 제도와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의 점검과 통제는 별도로 작동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