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오키프·터렐 집중 조명…미국 현대미술 흐름 짚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조지아 오키프와 제임스 터렐을 중심으로 미국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전시를 연다. 회화와 설치를 축으로 20세기 모더니즘부터 지각 예술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한 자리에서 제시하는 구성이다.
7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서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 전시를 11월 개막한다. 오키프를 전면에 내세운 국내 대형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카고미술관 소장 주요 작품이 포함된다.
오키프는 20세기 미국 미술에서 독자적 양식을 구축한 작가로 평가된다. 유럽 중심 미술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을 주제로 한 회화로 미국 모더니즘을 형성했다. 꽃을 화면 전체로 확대해 그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대상의 일부를 확대해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드는 구성이다.
작품 소재도 뚜렷하다. 뉴멕시코 사막 풍경, 동물 뼈, 모래 언덕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자연 대상이지만 형태는 단순화된다. 색은 강하게 대비된다. ‘꽃과 사막’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당시 유럽 미술과 다른 방향에서 전개된 미국 미술의 특징으로 분류된다.
전시는 오키프 개인전 형식에 그치지 않는다. 앨프리드 스티글리츠를 비롯해 찰스 더무스, 마스던 하틀리, 존 마린 등 동시대 작가 작품이 함께 포함된다. 오키프가 활동하던 시기 미국 미술 네트워크를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다. 개별 작가 소개보다 흐름 중심 구성이다.
스티글리츠는 사진가이자 갤러리 운영자로 오키프 작업을 지원한 인물이다. 더무스와 하틀리 등은 미국 모더니즘 형성 과정에서 함께 활동한 작가들이다. 전시는 개인 작업과 동시대 미술 흐름을 병렬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별도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과천관 40주년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은 7월 개막한다. 제임스 터렐 작품이 중심이다.
터렐은 빛을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다. 물질 대신 빛 자체를 공간에 구성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경험하게 된다. 색과 밝기, 공간 구조가 지각 방식에 영향을 주는 형태다.
이번에 전시되는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는 미술관이 최근 기증받은 작품이다. 공간과 빛을 결합한 설치 작업이다. 관람자의 시선과 위치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는 구조다. 작품은 고정된 형태보다 경험 자체를 중심에 둔다.
전시는 터렐 단독 구성에 그치지 않는다. 구정아, 김아영, 필리프 파레노, 이반 나바로 등 동시대 작가 작업도 함께 설치된다. 미술관 내부와 외부 공간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정 전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두 전시는 성격이 다르다. 오키프 전시는 회화 중심이다. 대상과 화면 구성, 색채를 중심으로 미술사 흐름을 보여준다. 터렐 전시는 공간과 지각 중심이다. 작품보다 경험이 강조된다. 동일한 미술 범주 안에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병렬로 제시된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국 미술의 흐름을 단계적으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회화에서 출발해 1960년대 이후 미니멀리즘과 지각 예술로 이어지는 구조다. 회화와 설치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미국 현대미술을 대규모로 다루는 전시는 제한적이었다. 특정 작가 중심 전시는 있었지만 흐름 단위 전시는 많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시대를 함께 묶는 구성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회화와 설치를 통해 미국 미술이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밝혔다.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는 11월, ‘과천관 40주년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은 7월 개막한다. 두 전시는 과천관에서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