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근현대 거장 인물화 한자리에…‘얼굴’로 읽는 한국 미술사

[사진:이중섭(1916~1956), 자화상, 1955, 종이에 연필, 48.5×31cm.제공:세결화랑]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인물화를 한자리에서 묶은 전시가 열렸다. 단순한 인물 묘사를 넘어 시대 변화와 작가의 시선을 동시에 드러낸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 청담동 새결화랑은 개관전 ‘얼굴, 시대를 비추다’를 통해 작가 11인의 인물화 12점을 선보이고 있다. 상업화랑 전시지만 주요 작가 작품을 특정 주제로 묶어 공개했다는 점에서 구성 자체가 이례적이다.

전시는 인물화라는 공통 형식을 중심에 둔다. 표현 방식은 작가마다 다르게 전개된다. 이중섭의 자화상은 간결한 선으로 내면을 드러낸다. 생애 말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개인의 고통과 시대적 단절을 함께 반영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환기의 인물화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여 있다. 점화로 이어지는 추상 회화 이전 단계의 작업으로, 형식 전환의 흐름을 보여주는 과도기적 작품이다.

천경자의 작업은 다른 방향을 택한다. 외형보다 감정과 내면 표현에 집중한다. 강한 색채와 장식적 요소가 특징이다.

사실주의 계열 작품도 포함됐다. 김인승의 여성 초상은 정교한 묘사와 안정된 구성을 보여준다. 이인성의 ‘소년’은 식민지 시기 분위기와 개인의 존재감을 함께 드러낸다.

박래현권옥연의 작업은 수묵과 채색을 결합해 정서를 강조한다. 동일한 인물화 장르 안에서도 표현 방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특정 사조나 연대기 중심 구성이 아니다. ‘얼굴’이라는 소재를 축으로 작품을 묶었다. 근대 사실주의에서 전후 표현주의, 추상 전환기까지의 흐름을 하나의 주제로 압축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명성보다 작품 자체의 의미에 주목했다”며 “인물 표현을 통해 시대와 개인의 시선을 함께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형식도 눈에 띈다. 미술관이 아닌 상업화랑에서 기획됐다. 최근 화랑들이 전시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판매 공간을 넘어 콘텐츠 기획 중심으로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다.

작품 구성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일부는 공개 빈도가 낮은 개인 소장품이다. 상설 전시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이 포함되면서 전시 자체의 희소성이 높아졌다.

미술 시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환기이중섭은 국내 경매 시장에서 고가 작가로 분류된다. 작품 수가 제한적이고 거래 빈도가 낮은 점이 특징이다. 한 전시에서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다만 전시 규모는 제한적이다. 작품 수는 12점에 그친다. 전시 기간도 짧다. 작품 간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인물화라는 단일 주제를 통해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개별 작품을 넘어 시대와 작가의 시선을 함께 읽어낼 수 있는 구성이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