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코리아 아트마켓 2025’ 파워피플 20인 선정…한국 미술계 영향력의 지형도 보여줘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방탄소년단(BTS) RM, 작가 이배·서도호 등이 한국 미술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 20인에 선정됐다. 미술계 안팎의 인물을 함께 포함했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시장의 영향력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히지만, 동시에 영향력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코리아 아트마켓 2025’ 보고서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인물 20인을 선정했다. 선정은 국내 주요 갤러리 관계자 설문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별도의 순위는 매기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라희 명예관장은 국내외 주요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 온 컬렉터이자, 한국 미술계 지형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됐다. 기업인 가운데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포함됐다. 미술관 설립과 컬렉션 구축을 통해 시장과 제도권 양쪽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 중 하나는 미술계 밖 인사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RM이다. 보고서는 RM을 열정적인 미술 컬렉터이자 문화 인플루언서로 설명하며, 전시 관람과 경험 공유를 통해 대중의 미술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작품 거래력뿐 아니라 대중적 파급력과 문화 확산 효과가 영향력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RM은 내년 10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개인 소장품 특별전을 열 예정이어서 미술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케이팝 스타의 컬렉션 활동이 단순 취미를 넘어 국제 미술기관과의 협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런 관심이 미술시장 자체의 깊이보다는 스타 파워에 더 쏠릴 수 있다는 점은 별도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작가 부문에서는 이배, 서도호, 양혜규, 김아영이 포함됐다. 모두 국내외 미술계에서 이미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인물들로,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존재감을 대표하는 작가군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배와 서도호는 시장성과 비평적 평가를 함께 확보한 작가로 자주 거론돼 왔고, 양혜규와 김아영 역시 동시대 미술 담론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작가들이다.

이 밖에도 국공립 미술관 관계자와 주요 갤러리 대표, 해외 갤러리 인사, 아트페어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이 두루 이름을 올렸다. 이는 한국 미술시장의 영향력이 더 이상 작가와 컬렉터, 갤러리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미술관 제도와 학계, 국제 네트워크, 아트페어 플랫폼까지 포함한 복합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선정이 한국 미술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한계도 있다. 설문 기반 선정인 만큼 응답자의 시각과 네트워크가 일정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고, 영향력이라는 개념 역시 시장 거래, 제도권 위치, 대중적 화제성, 국제적 인지도 가운데 어느 요소를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번 명단은 절대적 순위라기보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에서 어떤 인물군이 주목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번 보고서는 한국 미술계의 권력 지형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통적인 컬렉터와 미술관, 갤러리 중심 구조 위에 대중문화 스타와 글로벌 플랫폼이 새로운 영향력 축으로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한국 미술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앞으로는 누가 작품을 사고 파느냐뿐 아니라 누가 미술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국제적으로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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