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글로벌 음반시장 휩쓴 K팝 뒤편…국내 저작권 단체 둘러싼 분쟁과 불신

이시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가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제공

K팝이 글로벌 음반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저작권료 징수와 분배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음악 생태계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창작자 권익을 보호해야 할 저작권 신탁단체들이 불투명한 운영과 분쟁의 중심에 서면서 제도 전반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6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함저협)는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유튜브에서 발생한 레지듀얼 사용료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레지듀얼 사용료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음악이 사용된 뒤 권리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제때 청구되지 않아 남게 된 저작권료를 뜻한다. 함저협은 음저협이 1000억원이 넘는 해당 사용료를 받고도 이를 외부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내부 회원 중심으로만 분배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다른 단체에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함저협은 지난 2월 음저협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 고소·고발까지 진행했다. 저작권료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민형사상 분쟁으로 번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음저협은 공식 입장을 내고 레지듀얼 사용료 관련 안내를 17일부터 협회 홈페이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을 통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음저협은 구글로부터 2016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해당 사용료를 지급받았으며, 구글 측이 이를 협회 관리 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2019년부터 한시적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2년 3월 이후에는 더 이상 받지 않았고, 이후 사용 근거를 갖춰 청구한 함저협 측에는 정산을 마쳤다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중국 시장 저작권료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시하 음저협 이사는 증인으로 출석해 K팝 창작자들이 중국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 정당한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플랫폼 텐센트가 저작권료를 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계약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퍼블리셔가 중간에서 이를 징수해 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파장이 커졌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단순히 개별 단체 간 갈등을 넘어 국내 음악 저작권 관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K팝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어떻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회수해 창작자에게 돌려줄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계 안팎에서는 이제 저작권 신탁단체 전반에 대한 감사와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작곡가는 저작권 단체들에 대한 자체 감사는 물론 외부의 독립적인 검증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창작자가 안심하고 권리를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팝이 세계 시장에서 거둔 성과가 진정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화려한 외형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정확하고 투명하게 분배되는 건강한 저작권 생태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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