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 별세…코미디를 산업으로 확장한 기획자형 희극인

코미디언 전유성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방송 중심이던 한국 코미디를 공연과 산업 영역으로 확장한 인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전유성은 폐기흉 증세 악화로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 최근 기흉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유성은 방송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69년 TBC ‘쑈쑈쑈’ 원고 작업에 참여하며 방송계에 입문했고, 이후 코미디언으로 전향해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의 활동은 코미디 형식 자체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특히 1980년대 ‘희극인’이나 ‘코미디언’으로 불리던 직군에 ‘개그맨’이라는 표현을 도입해 대중화한 점이 대표적이다. ‘개그’와 ‘맨’을 결합한 이 용어는 현재까지도 업계 표준처럼 사용되고 있다.
전유성은 방송 코미디를 공연 영역으로 옮겨온 인물로도 꼽힌다. 2011년 경북 청도에 코미디 전용 극장 ‘철가방극장’을 설립하고 400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방송 프로그램 중심이던 코미디를 현장 공연으로 확장한 시도였다.
이 극장은 무명 코미디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기존 방송 구조에서는 출연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신인들에게 공연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코미디를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공연 형식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이어졌다. 성악과 코미디를 결합한 ‘아이들이 떠들어도 화내지 않는 음악회’,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개나소나 콘서트’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기획했다. 코미디를 특정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확장 가능한 콘텐츠로 본 것이다.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무명 개그맨을 발굴해 직접 지원하거나 무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 최양락, 이윤석, 김신영, 황현희, 김민경 등 여러 코미디언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코미디를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에도 참여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아 국제 교류 기반을 만들고 공연 생태계 확대를 추진했다. 코미디를 방송 예능이 아닌 독립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게 하려는 시도였다.
저술 활동도 병행했다.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등 17권의 책을 집필하며 방송 외 영역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코미디언으로서는 드물게 글쓰기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지방을 기반으로 공연 활동을 이어갔다. 청도에서 코미디 축제를 추진하다 갈등을 겪은 뒤 전북 남원으로 거처를 옮겨 활동을 지속했다. 방송 중심 활동에서 벗어나 지역 공연 중심으로 방향을 바꾼 사례다.
전유성의 행보는 한국 코미디의 변화 과정과 맞물린다. 방송 프로그램 중심 구조에서 공연과 축제, 지역 기반 콘텐츠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역할을 했다. 코미디를 하나의 장르가 아닌 문화 산업으로 바라본 접근이었다.
그의 활동은 코미디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웃음을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 출연자에서 창작자, 기획자로 역할을 확장한 점도 특징이다.
전유성은 생전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으며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국내 코미디는 현재 방송, 공연, 디지털 콘텐츠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유튜브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식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