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OTT, 예능까지 ‘TV화’…편성 전략 전환에 시장 재편 신호

사진:넷플릭스 로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드라마·영화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예능 콘텐츠 편성까지 확대하며 방송 시장과 정면 경쟁에 나섰다. 기존 인기 예능을 흡수하는 동시에 요일별 공개 방식을 도입하면서 ‘TV 시청 습관’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2014년 종합편성채널에서 시작된 추리 예능 ‘크라임씬’은 최근 글로벌 OTT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돼 전 세계 동시 공개를 앞두고 있다. 방송과 국내 OTT를 거친 프로그램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한 사례다.

윤현준 ‘크라임씬’ PD는 제작 관련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청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과 연출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OTT 사업자의 전략 변화와 맞물린다. 그동안 글로벌 OTT는 영화와 드라마 중심으로 가입자를 확보해 왔다. 그러나 가입자 증가세 둔화와 콘텐츠 경쟁 심화가 이어지면서 예능으로 영역을 넓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발표한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 목적 중 영화·드라마 시청 비중은 73.2%로 가장 높았다. 예능 콘텐츠 이용 비중은 30%대에 머물렀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같은 해 발표한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TV 시청 콘텐츠 중 예능 선호도가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과 방송 간 콘텐츠 소비 구조가 뚜렷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OTT 사업자들은 예능을 통해 이용 시간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개 방식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전 회차를 한 번에 공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일부 OTT는 요일별로 신규 회차를 공개하는 편성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특정 요일마다 콘텐츠를 확인하는 시청 습관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일부 예능 콘텐츠에서 주간 공개 방식을 적용하고 시청 반응을 다음 시즌 제작에 반영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디즈니+ 역시 2025년 들어 주간 예능 편성에 참여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를 방송 편성 전략을 플랫폼 환경에 적용한 사례로 본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2025년 상반기 업계 간담회에서 “OTT는 제작비와 글로벌 유통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예능 포맷 역시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 수요가 이를 뒷받침할지는 불확실하다. OTT 이용자 상당수는 여전히 예능을 TV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도 가족 단위 시청 콘텐츠로 예능이 높은 비중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는 개인 단말 기반 이용이 많아 공동 시청 환경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한 시청자는 “OTT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주로 이용하고 예능은 TV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가족과 함께 보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TV가 편하다”고 말했다.

기존 방송 예능의 포맷 반복과 시청률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OTT의 예능 확대는 제작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글로벌 유통을 전제로 한 기획과 제작비 구조가 결합되면서 프로그램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관건은 시청 행태 변화다. OTT가 예능을 통해 반복 시청 구조를 구축할 경우 방송 중심의 소비 패턴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이용자 습관을 바꾸지 못할 경우 예능 확장은 제한적인 실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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