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정부,재생에너지 42% 증액…보조금 대신 금융지원으로 시장 확대

[사진:전라남도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 산업단지 전경. 제공: 해남군]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금융지원 중심 예산을 대폭 늘리며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재조정했다. 내년도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1조2703억원으로 올해보다 42%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이 금융지원과 보급 확대에 집중되면서, 기술 개발 중심에서 시장 확산 중심으로 정책 축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직접 보조금보다 융자 중심 지원을 강화한 구조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관련 예산 8501억원 가운데 산업단지와 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이 6480억원, 자가용 설비 보급지원이 2021억원으로 편성됐다. RE100 산업단지 조성, 영농형 태양광, 해상풍력 확대, 지역 기반 ‘햇빛·바람 연금’ 모델 등이 주요 대상이다. 기업과 지역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외부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과 글로벌 기업의 RE100 요구 확산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해외 생산기지 이전이나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금융지원을 통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시장 진입을 유도하려는 배경이다.

금융지원 중심 구조는 재정 부담을 분산하면서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직접 보조금 방식은 단기적인 보급 확대에는 효과적이지만 재정 의존도가 높아지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융자 중심 정책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정부 재정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요국이 채택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과 저장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산업부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 기반 전력 수급 관리, 분산전력망 구축에 1196억원을 배정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을 반영한 조치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지 못할 경우 전력 시스템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해외 주요국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투자, 금융지원 정책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REPowerEU’ 전략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함께 송전망 확충과 에너지 저장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송전망 구축 지연이 병목으로 작용하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규모 전력망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와 금융 인센티브를 결합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ESS, 수소 등 연계 산업까지 포함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다. 일본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력 계통 안정성 확보를 병행하며 출력 제어와 계통 투자 정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예산안은 금융지원 확대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전력망과 저장 인프라 투자도 병행하는 ‘확산형 정책’으로 정리된다. 해외 주요국이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를 결합해 시장을 확대하는 흐름과 유사하지만, 국내는 전력망 구축 속도와 지역 수용성 문제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대규모 태양광·풍력 사업이 계통 접속 지연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원전 관련 예산도 5194억원으로 6.2% 늘어나면서 에너지 정책이 특정 에너지원에 집중되기보다 다원화된 방향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해체 기술,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가 포함됐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투자를 병행하는 구조는 전력 안정성과 공급 다변화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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