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일본식 문어체로 쓰인 헌법, 우리말로 쉽게 바꿔야… 접근성 문제제기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 운영 원칙을 규정한 최고 규범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알아야 법이지만 실제 조문을 읽어보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 아니한다”, “~의하여”, “~관하여 법률로 정한다”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일상 언어와 거리가 있는 문체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이 국민 모두의 법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있는 언어로 바뀌어야 하는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 문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 법률 문장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근대 법률 문체는 일제 강점기 시기 형성된 법률 번역 체계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은 근대 법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독일 법률을 번역했고, 과정에서 만들어진 번역체 문장이 한국 법률 문체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식 문어체와 번역 문장 구조가 지금까지도 법률 문장에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어학계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 왔다. 국어학자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법률 문체의 특징과 관련해 “우리 법률 문장에는 일본식 번역체 표현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며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많은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설명했다. 법률 문장이 전문적인 영역에서 형성되면서 일상 언어와 점점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헌법 조문을 살펴보면 일상 대화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같은 문장은 의미 자체는 비교적 분명하지만 문장 구조는 일반적인 한국어 표현과 차이가 있다. 특히 “~하지 아니한다”, “~의하여”, “~따라 법률로 정한다” 같은 표현은 법률 문서에서는 익숙하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있다.

법률 문체의 난해함은 헌법뿐 아니라 대부분의 법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이어져 왔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추진해 어려운 법률 문장을 현대 한국어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법률에서는 “~하여야 한다”를 “~해야 한다”바꾸는 표현을 정비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법제처 역시 법령 문장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법령은 국민이 지켜야 하는 규범인 만큼 국민이 이해할 있는 언어로 작성될 필요가 있다”며 “어려운 법률 문장을 정비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설명했다. 법률 문장을 보다 쉽게 만들기 위한 제도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헌법 문체를 쉽게 바꾸는 문제는 단순한 언어 수정 문제로 없다는 의견도 있다. 법률 문장은 권리와 의무를 정확하게 규정해야 하는 규범 문장이기 때문이다. 표현 하나가 바뀌면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법학계에서도 헌법 언어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언어의 접근성 문제와 관련해 “헌법은 국민 모두의 기본 규범이기 때문에 시민이 이해할 있는 언어로 설명될 필요가 있다”설명했다. 다만 헌법 조문 자체를 바꾸는 문제는 안정성과 해석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법률 문장을 쉽게 쓰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플레인 랭귀지(Plain Language)’ 운동이다. 이는 법률과 행정 문서를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작성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여러 나라에서는 정부 문서를 작성할 복잡한 법률 문체 대신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사용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2010년 ‘Plain Writing Act’제정해 정부 문서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작성하도록 규정했다. 정부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뉴질랜드와 캐나다 일부 국가에서도 행정 문서와 법률 문장을 평이한 언어로 정비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이 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법의 실질적인 의미도 약해질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법률 언어가 민주주의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헌법은 국민이 국가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기본 규범이다. 그러나 헌법 문장이 지나치게 어렵다면 시민이 헌법을 직접 읽고 이해하기 어려울 있다. 헌법이 전문가 중심의 언어로만 유지될 경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시민 참여에도 영향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헌법 조문을 직접 바꾸는 것보다 시민용 해설서를 확대하는 방법도 제안한다. 조문은 기존 표현을 유지하되 시민이 이해할 있도록 설명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는 헌법 해설서나 시민용 헌법 안내서를 통해 헌법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헌법은 국가 공동체의 기본 원칙을 담은 문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헌법을 직접 읽어본 시민이 많지 않다. 문체가 어렵고 조문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헌법이 국민 모두의 법이라면 국민이 이해할 있는 언어로 접근할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점점 커지고 있다.

헌법 문장을 쉽게 바꾸는 문제는 단순한 언어 개정 작업이 아니다. 안정성과 시민 접근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헌법은 지금처럼 전문가 중심의 문체를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국민 누구나 읽고 이해할 있는 언어로 조금씩 바뀌어야 할까. 헌법 언어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헌법재판소 정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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