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서울의 봄이 다시 소환된 이유…권력의 밤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20231122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처음에는 한국 현대사의 장면을 재현한 역사 영화로 받아들여졌다. 19791212군사반란의 밤을 다룬 작품은 권력 충돌의 긴박한 상황과 내부의 정치적 긴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후 1300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한국 정치영화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개봉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는 단순한 역사 재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특히 2024123비상계엄 선포 사건 이후 한국 사회가 헌정 질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 속에 들어가면서 ‘서울의 봄’과거 사건을 설명하는 영화라기보다 현재 상황을 비추는 장면처럼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영화가 다루는 197912·12 군사반란은 내부 권력 투쟁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반란 세력은 지휘 체계를 장악하며 권력의 흐름을 빠르게 바꾸었고, 과정에서 제도적 통제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영화는 바로 과정을 긴박한 시간 흐름 속에서 보여준다. 총성과 군사력보다 먼저 등장하는 것은 조직 내부의 충성 구조와 권력 네트워크다.

때문에 ‘서울의 봄’관객에게 남기는 질문은 단순히 누가 반란을 일으켰는가가 아니다. 근본적인 질문은 국가 시스템이 그것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점이다. 영화는 권력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보다 제도가 흔들리는 순간을 강하게 보여준다.

2025현재 한국 사회는 다른 권력 사건의 여파 속에 있다. 12·3 계엄 선포 이후 사건의 법적 판단과 정치적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적 분열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5군사반란을 다룬 영화가 다시 언급되는 것은 우연이라기보다 역사적 구조의 반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한국 현대사는 권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도의 안정성과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내 왔다. 197912·12 군사반란은 군사 권력이 정치 권력을 장악한 사건으로 기록됐고, 이후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사건의 역사적 평가를 둘러싸고 논쟁을 이어왔다.

이처럼 권력 사건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건이 어떻게 기록되고 평가되는지에 따라 사회적 갈등의 길이가 달라진다. 한국 사회가 경험한 대표적인 사례가 해방 이후 친일 청산 문제다.

1948출범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일제강점기 협력 세력을 조사하기 위한 국가적 시도였지만 정치적 충돌 속에서 해체되었다. 이후 친일 청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역사 논쟁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과거 사건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을 사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갈등을 반복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현재의 정치 사건 역시 명확한 조사와 역사적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의 친일 역사 쿠데타 진단과 극복 방안’ 토론회에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에 의해 자행된 친일 역사 쿠데타를 타파하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내란세력 청산 과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주장했다.

학계에서도 권력 사건의 평가를 미루는 것이 오히려 사회 갈등을 장기화시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 역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역사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기록하고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말했다.

영화계 역시 계엄 사태 직후  공개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밝히며 논쟁에 참여했다. 영화 ‘서울의 봄’연출한 김성수 감독을 포함해 6300명의 영화인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망상적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란에서 우리는 탄핵 혹은 즉각 퇴진 이외의 결말을 상상할 없다”며 “헌법을 위배한 대통령은 헌법이 명시한 방법으로 단죄돼야 한다”밝혔다.

이러한 반응은 영화가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의 봄’그린 권력의 밤은 이미 역사 사건이지만, 질문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반란의 순간보다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상황, 명령 체계가 흔들리는 순간, 그리고 권력의 공백을 파고드는 세력의 움직임이 영화의 긴장을 만들어 낸다.

영화가 2025지금 다시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시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봄’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권력의 밤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그리고 민주주의는 밤을 어떻게 지나가는가.

좋은 민주주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사건이 발생했을 그것을 어떻게 기록하고 판단하는지를 통해 만들어진다. 권력 사건을 둘러싼 평가를 미루는 사회는 갈등을 미래로 넘기게 되고, 명확한 기록과 판단을 남기는 사회는 역사를 정리할 있다.

서울의 봄’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장면은 총성이 울리는 순간이 아니다. 제도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장면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영화 ‘서울의 봄’을 활용해 윤 대통령 ‘취했나 봄’ 패러디가 등장했다.] [사진=SN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