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한국 작가와 함께한 세계의 무대… 파리 아트 바젤 2025 개막

가을빛이 내려앉은 파리의 거리가 미술로 다시 살아났다. 22일부터 26일까지(현지시간) 프랑스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세계적 아트 페어 ‘아트 바젤 파리 2025’가 닷새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41개국 206개 갤러리가 참여해 예술의 도시를 전 세계 컬렉터들의 중심지로 만든다.

아트 바젤 파리는 2022년부터 파리의 예술 생태계와 아방가르드 유산을 잇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UBS 글로벌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미술 시장은 전 세계 4위, 유럽연합 내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갤러리즈(Galeries)’, ‘이머전스(Emergence)’, ‘프레미스(Premise)’ 등 세 섹션으로 구성돼, 고전과 실험,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시각예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갤러리 중 유일하게 첫 회부터 4년 연속 참여했다. 올해 부스에서는 한국 여성 작가와 해외 작가의 작업을 중심으로, 아시아 미술의 섬세한 감성과 세계 현대미술의 실험성이 교차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윤신의 회화 ‘내 영혼의 노래 2006-145’는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닌 합일의 존재로 바라보는 철학을 담았고, 함경아의 자수 회화 ‘부유하는 신비의 니꼴린’은 문자 메시지로 이어지는 인간관계의 단절과 연결을 재해석한다.

양혜규의 콜라주 ‘유선 더듬이와 양안 뷰잉–신용양호자 #370’은 일상 속 보안 무늬를 추상적 패턴으로 확장해 도시적 리듬을 시각화했다. 최재은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들꽃의 존재를 통해 삶과 자연의 이치를 되새기며, 박진아와 강서경의 작업은 사물과 언어, 기억의 경계를 탐색한다.

해외 작가들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미국 현대사진의 거장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Lisa Lyon’, 프랑스 설치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Precious Stonewall’, 한국계 미국 작가 갈라 포라스-김의 ‘Signal’ 등이 나란히 전시됐다. 티나 킴 갤러리는 한국 섬유미술의 1세대 이신자의 작품을 조명하며,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예술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첫날 VIP 프리뷰부터 판매가 이어졌다. 국제갤러리는 이우환의 ‘Response’를 약 14억 원, 하종현의 ‘Conjunction 24-52’를 약 4억 원대에 판매했으며, 김윤신과 최재은의 작품 또한 각각 수천만 원대에 거래됐다. 유럽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에서는 부리와 바젤리츠의 작품이 수십억 원대에 팔리며, 고전적 회화와 현대 추상의 가치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아트 바젤 파리는 단순 거래의 장이 아니라, ‘문화 자본의 이동’을 보여주는 거대한 무대다.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한국 작가들의 입지는 더 이상 주변이 아니다. 파리의 한가운데, 그들의 작품이 세계 컬렉터의 눈앞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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