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프라노가 이끄는 ‘아이다’의 귀환… 세대와 감정이 맞닿은 오페라의 순간
대 이집트의 장대한 비극이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울린다.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작, 오페라 ‘아이다’가 내달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무대의 주역은 세계무대에서 ‘아이다’만 100회 이상 부른 소프라노 임세경과, 유럽 무대를 거쳐 새롭게 떠오르는 조선형이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세대와 색깔로 베르디의 명작을 다시 숨 쉬게 한다.
임세경에게 ‘아이다’는 인생의 무대이자 거울과 같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작은 동양인 성악가가 거대한 아레나 무대에 섰던 일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회상했다. 세계적인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로 불리는 그는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주역을 맡으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수십 차례 무대를 거친 지금도 “이 작품은 여전히 어렵지만, 매번 다른 감정의 깊이를 발견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형은 그 뒤를 잇는 차세대 주역으로, 스페인 빌바오와 이탈리아 파르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기존 인터뷰에서 “유학 시절부터 임세경 선배가 우상이었다”며 “같은 배역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게 영광”이라고 전했다. 두 소프라노는 나이와 경력을 넘어 ‘아이다’를 통해 감정의 언어로 대화한다. 임세경은 “이제는 제 목소리보다 다른 배우의 소리를 듣는 게 즐겁다”고 했고, 조선형은 “세대마다 감정의 표현 온도가 다르다”고 말한다.

‘아이다’는 명예와 사랑, 조국과 운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인물의 비극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베르디의 음악은 이 서사를 감정의 미로로 엮는다. 임세경은 3막의 듀엣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는다. 아버지가 “넌 내 딸이 아니라 노예다”라고 저주할 때 느껴지는 비통함이 작품의 정점을 이룬다는 것이다. 조선형은 1막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Ritorna vincitor!)’를 부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찢기는 여인의 마음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전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번 공연은 연출가 이회수, 지휘자 김봉미, 안무가 김성훈이 참여해 원작의 고전미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시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 등 2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덕션으로, 웅장한 합창과 ‘개선행진곡’이 무대를 압도할 예정이다. 임세경은 “성량이 뛰어난 성악가들이 모인 만큼 진정한 그랜드 오페라의 위용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세경은 또 여러 해외 무대에서 겪은 해프닝도 전했다. 스페인 공연 중 2미터 넘는 테너가 말을 타고 등장했다가 말이 버티질 못해 무대에 끌려 들어온 일화나, ‘무덤 장면’에서 근육질 테너가 셔츠를 찢으며 대사를 외쳐 웃음을 참기 어려웠던 경험 등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라고 했다. 반면 이번 서울 무대는 오로지 음악과 감정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조선형은 “이탈리아에서는 공연이 끝나면 언제나 ‘비바 베르디!’가 울려 퍼진다”며 “이번 무대에서도 그 에너지를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40년 역사와 두 세대의 소프라노가 함께 만드는 ‘아이다’. 그 무대는 한국 오페라가 세계와 대화하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파이낸셜뉴스 및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기사 속 발언은 공개된 인터뷰 및 제작발표회 발언을 인용·요약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