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현대미술 부상…주요 비엔날레와 국제 아트페어에 잇따라 존재감 과시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이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작가들이 주요 비엔날레와 국제 아트페어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서구와 중국 중심이었던 현대미술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술시장 분석기관 아트프라이스(Artprice)가 발표한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 동안 동남아시아 작가들의 국제 경매시장 거래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작품 거래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동남아 지역 컬렉터와 미술기관의 성장, 국제 갤러리의 진출이 맞물리면서 이 지역 미술의 시장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미술 행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아트바젤 홍콩과 싱가포르 아트위크, 베니스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 전시에서 동남아 작가들의 참여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역시 최근 동남아시아 현대미술 작품을 컬렉션에 포함하며 관련 연구와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아트바젤과 UBS가 공동 발표한 ‘아트마켓 리포트’를 작성한 미술시장 경제학자 클레어 맥앤드루는 보고서에서 “아시아 미술 시장은 더 이상 중국 중심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며 “동남아시아 작가와 컬렉터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시장 구조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은 전통 문화와 식민지 역사, 급속한 도시화와 사회 변화가 결합된 독특한 미술 언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경우 종교적 상징이나 민속적 이미지를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많으며 최근 젊은 작가들은 정치와 사회 문제, 환경과 도시 문화 등을 작품의 주요 주제로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태국 출신 작가 러끄릿 띠라와닛은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관람객이 참여하는 형태의 작업을 통해 미술을 사회적 관계 속 경험으로 확장하는 ‘관계미학’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며 뉴욕 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인도네시아 현대미술 역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인도네시아 예술가 집단 루앙루파는 2022년 독일 카셀에서 열린 세계 최대 현대미술 행사 도큐멘타 15의 예술감독을 맡으며 국제 미술계의 관심을 받았다. 공동체 기반 협업을 강조하는 이들의 작업 방식은 동남아 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동남아 미술 연구자이자 필리핀 출신 큐레이터 패트릭 플로레스는 국제 강연에서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은 서구 미술의 영향 속에서도 지역의 역사와 사회 경험을 독자적으로 해석해 왔다”며 “이 지역 작가들은 지역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다루는 새로운 미술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소개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려 동남아시아 미술의 최근 경향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국제 미술계에서는 젊은 작가층의 성장과 지역 미술 시장 확대가 맞물리면서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미술기관과 경매시장에서도 동남아 작가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동남아시아 미술은 국제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