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2’ 흥행, 왜 지금 ‘약한 서사’에 반응하나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2’가 글로벌 시청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얻고 있다. 단기간 성과 자체보다 주목되는 지점은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서사 구조가 최근 콘텐츠 소비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약한영웅 Class 2’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포함해 중남미와 동남아, 중동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고, 90여 개 국가에서 순위권에 진입했다. 시즌1 당시 진입하지 못했던 영국 차트에도 포함되면서 확장된 반응이 확인된다.
시즌2는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은 채 다른 학교로 전학 간 연시은이 새로운 폭력 구조와 맞닥뜨리며 다시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단순히 갈등을 해결하는 서사가 아니라, 이미 한 차례 붕괴를 경험한 인물이 다시 선택을 반복하는 과정이 서사의 중심축을 이룬다. 폭력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집단 내 권력 관계와 이해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구조로 그려진다.
이 같은 흐름은 K-드라마 인기의 반복이라기보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약자 중심 서사’의 확장과 연결된다. 작품의 핵심은 물리적으로 강한 인물이 아니라 전략과 심리, 관계를 통해 생존하는 인물 구조에 있다. 전통적인 영웅 서사와 달리 완결된 힘을 가진 인물이 아닌 결핍과 취약성을 지닌 인물이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이와 유사한 흐름은 해외 콘텐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Stranger Things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과 평범한 청소년들의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구조를 보여줬고, The Queen’s Gambit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인물이 전략과 사고를 통해 세계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두 작품 모두 강함 자체보다 결핍과 선택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공통된 흐름을 보여준다.
‘약한영웅’은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주인공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폭력 구조 속에서 계산과 선택을 통해 살아남는 인물로 그려진다. 과거 학원물이 선과 악의 구도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 작품은 폭력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구조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다룬다. 특히 시즌2에서는 서로 다른 집단이 얽히며 폭력이 확장되는 과정이 강조되면서, 개인의 대응을 넘어 구조 자체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서사가 확장된다.
이러한 접근은 D.P.와도 연결된다. 군대 내 부조리를 개인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해석했던 이 작품은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약한영웅’ 역시 폭력의 원인과 확산 과정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면서 단순한 응징 서사에서 벗어나고 있다.
약자가 전략으로 강자를 이기는 서사는 새로운 유형은 아니다. 성경 속 David와 골리앗 이야기나, 그리스 신화의 Odysseus처럼 지략과 선택으로 위기를 넘는 서사는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다만 현대 콘텐츠는 개인의 영웅성보다 사회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취약성과 생존 과정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약한영웅 Class 2’가 중남미와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에 반응을 얻은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교라는 배경 자체보다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버텨야 하는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 감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가 2023년 공개한 글로벌 시청 트렌드 자료에서도 국가별 문화 차이보다 감정 기반 서사가 시청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시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