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뮤비 분쟁, 10억 배상 판결…법원 “관행보다 계약 우선”

걸그룹 뉴진스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제작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업계 관행보다 계약을 우선한 판단이다. 판결 이후 가집행과 집행정지 신청까지 이어지며 분쟁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는 13일 어도어가 광고제작사 돌고래유괴단과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어도어가 청구한 11억 원 가운데 계약 위반에 따른 10억 원은 인정됐고, 신 감독 개인을 상대로 한 1억 원 청구는 기각됐다.
분쟁은 2024년 8월 게시된 영상에서 시작됐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 ‘ETA’ 뮤직비디오 감독편집판 영상을 자체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어도어는 사전 동의가 없었다며 게시 중단을 요구했고, 같은 해 9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핵심은 권리 귀속과 승인 절차였다. 어도어는 영상 소유권이 회사에 있고,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작사 측은 감독판 공개가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된다고 맞섰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도 법정에서 “감독이 자신의 채널에 영상을 올리는 것은 일반적”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승인 절차를 따르지 않은 점을 중시했다. 관행이나 구두 협의 주장보다 서면 계약을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판결 이후 법적 절차는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10억 원 배상에 대해 가집행을 허용했다.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도 배상금을 먼저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에 돌고래유괴단은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사건은 별도 재판부에서 심리될 예정이다.
이번 판결은 뮤직비디오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의 권리 귀속 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했다. 제작사와 감독이 창작 과정에 참여하더라도 결과물에 대한 공개와 활용 권한은 별도의 계약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한 것이다. 제작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물 활용 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감독판 공개 방식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K팝 산업에서 영상은 부속 콘텐츠가 아니라 핵심 수익 자산으로 기능한다. 유튜브를 통한 글로벌 유통, 광고 수익, 플랫폼 확산이 모두 영상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소속사 입장에서는 영상 공개 권한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제작사와 감독은 포트폴리오 확보와 홍보를 위해 완성된 영상을 자체 채널에 공개해 왔고, 일부에서는 이를 업계 관행으로 받아들여 온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이러한 관행이 계약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구두 협의나 업계 관행보다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승인 절차를 우선적으로 적용했다. 이는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관행과 권리 사이의 경계를 보다 엄격하게 구분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법원이 손해배상 10억 원에 대해 가집행을 허용하면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도 배상금 집행이 가능해졌다. 이에 돌고래유괴단은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