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APT.’ 26주 빌보드 롱런…K팝 여성 최장 기록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솔로곡 ‘APT.’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26주 연속 진입하며 K팝 여성 아티스트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22일(현지시간) 발표된 최신 차트에 따르면 ‘APT.’는 전주와 동일한 13위를 유지하며 26주째 ‘핫 100’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23년 ‘Cupid’로 25주를 기록한 FIFTY FIFTY를 넘어선 수치다. 남녀 통합 기준으로는 지민의 ‘Who’가 비연속 33주로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성 아티스트 기준에서는 가장 긴 체류 기록이다.
이 곡의 특징은 초기 폭발력보다 ‘지속성’에 있다. ‘APT.’는 2024년 10월 차트 진입 당시 8위로 시작해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25년 초 다시 반등하며 최고 3위까지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K팝 곡이 발매 직후 팬덤 중심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한 뒤 빠르게 이탈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과 다른 흐름이다.
이 같은 롱런 구조는 곡의 성격과 연결된다. ‘APT.’는 대형 퍼포먼스 중심 K팝과 달리 비교적 단순한 멜로디 구조와 반복성이 강한 후렴을 기반으로 한다. 영어 가사 비중이 높고 발음 장벽이 낮다는 점도 글로벌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문화권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적 감정’과 ‘리듬 중심 소비’에 가까운 형태라는 점에서, 스트리밍 환경에 적합한 구조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 반응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린다. 미국 음악 매체들은 ‘APT.’를 두고 “K팝 특유의 과잉 연출보다 팝 음악에 가까운 균형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했으며, 일부 평론에서는 “로제의 음색이 곡의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과도한 콘셉트보다 보컬 중심 접근이 장기 소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아티스트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가 읽힌다. 로제는 블랙핑크 활동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뒤, 솔로 활동에서는 보다 개인적이고 감정 중심적인 음악을 선택해왔다. 이는 그룹 기반 퍼포먼스와 구별되는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APT.’는 팬덤을 기반으로 출발하되, 이후 일반 대중까지 확장되는 구조를 형성했다.
실제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초기 팬덤 소비로 차트에 진입한 뒤, 플레이리스트·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일반 청취층으로 확산되는 방식이다. 음악이 ‘이벤트성 소비’에서 ‘반복 소비’로 전환될수록 차트 체류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변화는 실제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202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 매출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핵심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스트리밍 환경 확대는 K팝 소비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포티파이 자료에 따르면 K팝 스트리밍은 2014년 이후 2024년까지 약 470배 증가했고, 특히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연평균 9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스트리밍은 2018년 대비 2023년 약 362% 증가했으며, 이는 특정 팬층 중심 소비를 넘어 일반 청취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오디오 스트리밍 전체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은 약 4조8000억 회 수준까지 증가하며 전년 대비 14% 성장했다. 과거 K팝 소비가 ‘소수 핵심 팬덤의 집중 재생’에 크게 의존했던 구조에서, 스트리밍 플랫폼과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일반 청취층까지 확산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 음악 데이터 분석 연구에서도 K팝은 초기에는 소수의 강한 팬층에 의해 소비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였지만, 이후 글로벌 장르로 확장되며 청취 기반이 넓어졌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아티스트에서도 확인된다. ‘Cupid’로 글로벌 차트를 장기간 유지한 FIFTY FIFTY는 영어 기반 팝 사운드를 통해 일반 청취층 확장에 성공했고, 일부 K팝 아티스트들도 퍼포먼스보다 멜로디 중심 곡으로 방향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