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사회

오요안나 사건 국회로…방송 프리랜서 보호 공백, 구조 문제로 번지나

[사진=고오요안나 채널]

MBC 기상캐스터 출신 고 오요안나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국회 현안질의에 오르면서, 방송업계 프리랜서 노동자의 보호 사각지대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고인의 어머니는 “정쟁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사실이 밝혀져 고인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질의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포함해 MBC 관계자들이 다수 불참하면서, 국회 내에서도 진상 규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사안은  방송업계의 고용 구조와 연결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기상캐스터를 비롯한 방송 출연 인력 상당수가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 형태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법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보호를 받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계약 형식이 실제 노동 환경과 괴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법원과 노동 당국은 방송업계 유사 직군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2년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 사건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작가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고, 편성 및 보도 체계 안에서 지휘·감독을 받아온 점을 근거로 실질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나운서·기상 관련 직군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2024년 KBS 프리랜서 아나운서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고, 같은 해 하급심에서는 지역 방송사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 겸직 인력에 대해서도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나왔다. 방송사의 편성 체계에 편입돼 일정과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 계약 명칭과 관계없이 노동자성 판단이 가능하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 당국의 판단도 같은 방향이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주요 방송사와 계약을 맺은 방송작가 150여 명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업무 지시, 전속성, 조직 편입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결과다.

이 같은 판례와 행정 판단은 방송업계에서 ‘프리랜서’라는 명칭이 실제 노동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송산업 종사자 중 비정규·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 비율은 약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가, 리포터, 캐스터 등 출연 및 제작 인력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개별 갈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2025년 조사 발표에서 “프리랜서 계약이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적용 범위를 실질 노동 관계 기준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기준과의 차이도 지적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협약을 통해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를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프리랜서 언론·미디어 노동자의 집단교섭권 확대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국회 현안질의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과 함께, 방송업계 노동 구조를 재검토하는 계기다. 프리랜서라는 계약 형식과 실제 노동 관계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제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