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제기된 ‘이재명 소년원설’ 고발 각하…경찰 “외국인 국외 발언, 공소권 행사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살인 사건에 연루돼 소년원에 수감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포한 미국 리버티대 모스 탄 교수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제의 발언이 미국 국적자인 탄 교수에 의해 미국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국내 형법을 적용해 수사와 기소 절차로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탄 교수를 고발한 사건을 지난달 9일 각하했다. 각하는 고발 내용이 범죄 혐의 판단으로 더 나아가기 어렵거나 수사 개시·진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때 내려지는 처분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발언 내용의 진위 판단보다 형사 관할권 문제가 우선 쟁점이 된 셈이다.
탄 교수는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과 관련해 “어린 시절 소녀 살해 사건에 연루돼 소년원에 수감됐고, 그 영향으로 중·고교를 다니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은 국내 온라인 공간과 정치권 주변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시민단체는 이 주장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로 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7월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한 핵심 이유는 발언자의 국적과 발언 장소다. 탄 교수는 미국 국적의 외국인이고, 문제의 발언도 대한민국 영토가 아닌 미국에서 이뤄졌다. 우리 형법은 외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적용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동시에 행위지 법률상 범죄가 되지 않거나 소추·형 집행이 면제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둔다. 형법 제6조는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에게 국내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행위지 법률에 따라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소추 또는 형 집행이 면제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경찰은 탄 교수의 발언이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킨 사안이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발언에 대해 한국 수사기관이 곧바로 국내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은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가 넓고, 공적 인물에 대한 발언과 정치적 논평에 대해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데 매우 엄격한 기준을 두는 법문화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표현이라도, 행위지인 미국에서 같은 방식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국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법원 판례는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를 가치판단이나 평가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보고,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공연히 사실을 드러냈고, 그 내용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허위사실이며, 행위자가 허위라는 점을 인식했어야 한다고 본다.
탄 교수의 발언은 특정인의 과거 범죄 연루와 소년원 수감 여부라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준으로는 명예훼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성격의 발언이다. 다만 경찰 처분은 그 발언이 진실인지 허위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이라기보다, 외국인이 외국에서 한 발언을 국내 형사절차로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관할권 판단에 가깝다. 다시 말해 이번 각하 결정이 문제 발언의 사실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정치적 허위정보와 국내 형사법의 적용 범위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해외 기자회견이나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나온 발언은 국내 여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발언자가 외국인이고 발언 장소가 해외라면 수사기관이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제한적이다. 특히 정치적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방성 주장이 해외에서 생산돼 국내 온라인 공간으로 유입될 경우, 사실관계 바로잡기와 형사 책임 추궁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생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 신년사를 발표하는 등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허위정보는 개인의 명예 문제를 넘어 정치적 신뢰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다만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허위사실 유포는 구별돼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에 대한 검증과 비판은 민주사회에서 넓게 보장돼야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범죄 연루설을 단정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는 여론을 왜곡하고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 이번 사건이 형사절차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발언의 적절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외국인 국외범에 대한 국내 형법 적용의 한계 때문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 이번 불송치 결정은 해외발 정치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이 형사고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수사기관의 관할권이 제한되는 사안에서는 신속한 사실 확인, 플랫폼 차원의 허위정보 확산 방지, 공적 반박, 민사적 대응 가능성 검토 등 복합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정치적 의혹 제기가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시대에, 사실 검증과 표현의 자유, 명예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세울지가 다시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