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접대비 필요” 의뢰인 불안 파고든 변호사…4200만원 가로채 실형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의뢰인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수임료와 접대비,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단순한 금전 사기를 넘어, 법률전문가라는 지위와 의뢰인의 불안을 악용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이창경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3세 변호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의뢰인 2명을 속여 모두 42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의 출발점은 형사사건 의뢰인의 불안이었다. A씨는 2023년 8월 17일 폭행·재물손괴 사건으로 현행범 체포됐다가 풀려난 의뢰인 B씨에게 “상황이 좋지 않아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뒤 추가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특정 지청 부장검사가 자신의 친구라며, 추가 수임료를 보내면 해당 검사와 식사하며 변론하겠다고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장검사가 유흥주점에 가자고 한다”며 접대비 명목으로도 돈을 요구했다. 검찰이나 법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구속 가능성에 대한 압박감을 이용해 의뢰인에게 마치 사적 인맥이 사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믿게 한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인 C씨에게는 합의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 A씨는 2024년 3월 11일부터 4월 24일까지 C씨에게 “아들을 무료로 변론해줄 테니 합의금을 보내달라”고 말한 뒤 8차례에 걸쳐 36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이 마련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용도로만 쓰고, 실제 합의 시점에는 다시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C씨를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이미 고액 채무를 안고 있어 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의뢰인들이 맡긴 돈은 사건 해결을 위한 비용이나 합의금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의뢰인의 불안한 처지를 이용해 수임료와 담당 검사 접대비 등 명목으로 돈을 가로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의뢰인을 상대로 저지른 사기 범죄라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회복을 위한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실형 선고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번 사건이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변호사 직역에 요구되는 신뢰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장전은 변호사가 성실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명예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변호사윤리규약은 변호사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의뢰인에 대한 윤리 기준도 명확하다. 변호사윤리규약은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친절하고 성실해야 하며, 수임 단계에서 사건 진행 과정과 수임료, 비용 등 필요한 사항을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사건 수임을 위해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사적 관계를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의 범행은 이 같은 윤리 기준과 정반대에 놓여 있다. 의뢰인은 형사사건에 휘말리면 절차와 결과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구속이나 처벌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법률 지식과 사건 정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진 변호사가 이를 이용해 “검사와의 친분”, “접대비”, “합의금 보관” 등을 내세웠다면 피해자는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일반 사기보다 더 엄하게 본 배경도 여기에 있다.
법조계 윤리의 핵심은 전문성뿐 아니라 신뢰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변호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기본적 인권 옹호와 의뢰인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적 사정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법률구조사업도 변호사 직역의 공적 책무와 연결된다.
이번 판결은 변호사의 비위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사법 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형사사건 의뢰인은 사건 결과에 대한 불안이 큰 만큼, 변호사의 말과 설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변호사가 수임료나 합의금, 사건 비용을 요구할 때는 사용 목적과 지급 방식, 반환 조건이 명확히 설명돼야 하며, 의뢰인 역시 현금성 요구나 사적 접대비 요구가 있을 경우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