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설탕 부담금 논쟁 본격화…가격 올리면 당 섭취 줄어들까

[사진:이재명 대통령이 엑스에 설탕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한 28일 경기도 시내 한 중소 마트에 음료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촬영:파르트

이재명 대통령이 첨가당 사용이 많은 식품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이른바 ‘설탕 부담금’ 논쟁이 본격화됐다. 가격을 높여 소비를 줄이면 국민 건강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실제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의는 엇갈린다.

설탕 부담금은 가당음료 등 당 함량이 높은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담배세와 유사하게 가격을 통해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정책이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고, 결과적으로 비만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당 과다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당 섭취량을 총열량의 10% 이하, 약 50g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은 57.2g으로 이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10~18세 청소년의 하루 섭취량은 64.7g으로 더 높다. 가당음료와 가공식품 소비가 많은 연령대일수록 섭취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당 섭취와 질병의 상관관계도 확인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에 따르면 당 섭취량이 권고치를 초과할 경우 비만, 당뇨병, 고혈압 유병률이 각각 39%, 41%, 6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부담금 논의가 단순한 소비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 정책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WHO는 2016년 가당식품에 대한 세금 도입을 권고했고, 현재 100여 개국이 관련 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이다.

영국은 2018년부터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을 도입해 당 함량에 따라 차등 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100㎖당 당 함량이 5g 미만이면 비과세, 5~8g은 저율, 8g 이상은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특징은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에 부담을 지운다는 점이다. 기업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제품의 당 함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실제 효과도 일부 확인됐다. 영국 정부는 과세 대상 음료의 평균 당 함량이 약 46%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설탕 함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다.

멕시코 역시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다. 2014년 가당음료 가격을 약 10% 인상하는 소비세를 도입한 이후 해당 음료 구매량이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가격 인상이 소비 감소로 이어진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건강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비만과 만성질환은 식습관, 운동, 생활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정 식품 소비 감소가 전체 건강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분리해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소비가 다른 식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당음료 가격이 오르면 과자, 디저트 등 다른 고당 식품으로 소비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품목 규제가 전체 당 섭취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보고됐다.

국내 도입 시에는 추가적인 논쟁도 예상된다. 설탕 부담금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저소득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 정책이 결과적으로 역진적 과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 설계 방식도 중요한 변수다. 영국처럼 제조사에 부담을 지워 제품 개선을 유도할 것인지, 소비자 가격을 직접 높여 소비를 줄일 것인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 가격 인상 방식은 소비자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가당음료 제조·수입업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 발의가 예고됐고, 정책 방향을 둘러싼 토론도 이어지고 있다. 설탕 부담금이 실제 제도로 이어질 경우 적용 범위와 기준 설정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설탕 부담금이 단독으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연세대 의대 박은철 교수는 “청소년의 당 섭취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정한 제어는 필요하다”면서도 “세금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보다 식습관 교육과 식품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설탕 부담금은 ‘도입 여부’보다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인지, 기업의 제품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논쟁은 가격을 통한 건강 정책이 어디까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인지,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인지에 따라 정책 접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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