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타주 디지털 전시, 4월 서울서 개막…‘작품 이동’ 대신 ‘체험’으로 확장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 작품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한 전시가 4월 서울에서 열린다. 실물 작품 반출이 아닌 이머시브 콘텐츠 중심 전시로, 해외 미술관 전시 방식 변화가 국내에도 확산되는 흐름이다.
아트웍스는 4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에르미타주 라이트(HERMITAGE LiGHT)’ 전시를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공동으로 추진되며, 해외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전시 형태를 국내에 도입한 사례다.
전시는 겨울궁전 내부와 외부 구조를 디지털로 재현한 체험형 콘텐츠 중심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공간 연출과 영상, 빛 효과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르누아르 ‘잔 사마리의 초상’,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꽃을 든 성모’, 모네 ‘건초더미’, 마티스 ‘춤’ 등 50여 점이 포함된다.
다만 전시 작품은 원작이 아닌 디지털 재현 또는 실물 크기 복제 형태로 제공된다. 실제 작품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미술관들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대신 원작 감상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루브르,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거론되는 기관으로, 약 300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시기 형성된 컬렉션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규모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 미술관 중 하나로, 1764년 예카테리나 2세가 유럽에서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현재 약 300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화·조각·공예·고고학 유물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전시 공간은 겨울궁전을 포함한 6개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전시실 길이는 약 2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소장품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마티스 등의 작품이 포함돼 있고, 유럽 회화 컬렉션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근 해외 미술관들은 작품 이동에 따른 보험·보안 비용과 외교 변수 등을 고려해 디지털 전시를 확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 문화기관의 경우 국제 정세 영향으로 해외 전시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방식이 대안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유사한 디지털 전시 모델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검증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인 ‘반 고흐 이머시브 전시’는 원작 없이 고해상도 이미지와 프로젝션 맵핑, 음악을 결합한 형태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누적 관람객 50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벽면과 바닥 전체에 작품을 투사해 관람객이 공간 안을 이동하며 작품을 ‘체험’하는 구조로, 기존 미술관 관람 방식과 다른 몰입형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작품 운송과 보험 비용 없이도 대규모 관람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평가된다.
일본 팀랩(teamLab)의 ‘보더리스(Borderless)’ 역시 디지털 전시의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구성되며,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작동한다. 도쿄 전시관은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한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관람 경험 자체를 콘텐츠로 전환한 사례로, 전통적인 작품 중심 전시와는 다른 시장을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전시는 물리적 작품 이동 없이도 대규모 관람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전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원작 운송에 수반되는 보험·보안 비용과 훼손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동일 콘텐츠를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운영할 수 있어 확장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전시 공간 전체를 활용한 영상·음향 연출을 통해 관람 시간을 늘리고, 체류형 콘텐츠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젊은 관람층과 관광 수요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계도 분명하다. 회화의 질감, 붓 터치, 재료에서 오는 물리적 정보는 디지털 재현으로 완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원작 고유의 ‘아우라’를 경험하는 전통적 미술 감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콘텐츠 완성도에 따라 전시 품질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반복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 특성상 차별성이 약해질 경우 관람 수요가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디지털 전시는 원작 전시를 대체하기보다 별도의 시장으로 확장되는 흐름에 가깝다. 작품 감상 중심 전시와 체험 중심 전시가 병행되는 구조로 재편되면서, 전시 산업 역시 콘텐츠 산업과 유사한 경쟁 구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시는 공연·체험형 콘텐츠와 미술 전시의 경계를 확장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디지털 전시가 확대될수록 콘텐츠 완성도와 차별성이 관람 수요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