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란 말은 싫다”…이미자, 66년 노래 인생 정리한 마지막 무대

“공연과 음반은 여기까지지만, 은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가수 이미자가 4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맥(脈)을 이음’ 공연 첫날 무대에서 밝힌 말이다. 사실상 마지막 공연이지만, 스스로를 ‘끝낸다’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노래 인생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이틀간 진행된 전통가요 헌정 무대로, 이미자의 66년 활동을 돌아보는 자리로 구성됐다. 그는 무대에서 “외롭고 고달픈 시간도 많았지만 그 길을 걸어왔다”며 자신의 가수 인생을 직접 회고했다. 후배 가수 주현미와 조항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그의 노래를 잇는 형식으로 공연이 이어졌다.
이미자는 1959년 열아홉 살의 나이로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했다. 이후 1960~70년대 한국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목소리로 자리 잡았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등은 세대를 넘어 불리는 곡으로 남았다.
특히 ‘동백아가씨’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음반 판매 100만 장을 돌파하고 35주 연속 차트 1위를 기록한 이 곡은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중의 사랑과 제도적 규제가 동시에 작동했던 시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자는 오랜 시간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애절한 창법과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노래를 대표해 왔다. 그의 음악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 전쟁과 이산, 산업화 시기를 지나온 세대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활동은 무대와 음반에만 머물지 않았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활동하며 한국 대중가요를 알리는 데 역할을 했고, 후배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친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장르를 지켜온 사례도 드물다.
이날 무대에서 이미자는 “언젠가는 공연을 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멈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후배들이 요청하면 한 무대 정도는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완전한 단절보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번 공연은 . 마지막 무대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그는 끝이라는 단어를 피했다. 오랜 시간 무대 위에 있었던 가수가 스스로 내려오는 시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자의 노래는 특정 시대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도 다양한 무대에서 다시 불리고, 새로운 세대의 가수들이 재해석하고 있다. 다만 그 원형을 직접 들려주던 목소리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사실상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