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락보관소’ 1심 징역 1년6개월…법원 “사적 제재, 위법 넘었다”

[유튜브캡쳐]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운영자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적 제재를 명분으로 한 신상 공개가 법적 한계를 넘었다는 판단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주석 판사는 2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일부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공소가 기각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로, 명시적 처벌 의사가 있어야 공소를 유지할 수 있다.

A씨는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를 운영하며 과거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영상에는 제보 등을 바탕으로 한 개인 정보와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를 사적 제재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 처벌이 미흡했다고 본 인물들을 공개해 망신을 주려 했다”며 “비뚤어진 정의감에 기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과장된 표현이 포함됐고, 온라인 확산으로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고 영상을 삭제한 점, 유튜브 활동을 중단한 점 등은 양형에 반영됐다.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했다. 당시 고등학생 등 다수 가해자가 중학생을 대상으로 집단 성폭력을 가한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부 가해자만 처벌되거나 처벌 수위가 낮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사건은 법적으로 종결됐지만 처벌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온라인에서 다시 확산됐다. 과거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의 신상을 공개하려는 시도가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사건이 재점화됐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적 제재 과정에서의 문제가 확인됐다. 제보에 의존한 정보가 충분한 검증 없이 사용됐고,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현이 포함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영상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공개 대상뿐 아니라 주변 인물까지 함께 언급되며 피해가 확대된 정황도 드러났다.

유사한 흐름은 국내외에서 반복돼 왔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의 신상이 확산됐고, 일부는 사실과 다른 정보가 포함되면서 무고한 피해로 이어졌다. 2022년에는 학폭 의혹 등을 이유로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콘텐츠가 확산되며 명예훼손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용의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브라운대 학생 수닐 트리파티가 범인으로 지목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가족이 온라인 괴롭힘을 겪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사적 제재는 수사 이전 단계에서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며 사건을 공론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일부 사례에서는 온라인 폭로 이후 수사가 재개되거나 처벌로 이어지기도 했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먼저 확산되는 구조에서 잘못된 대상이 지목되는 경우도 반복됐다. 신상이 공개된 뒤 사실과 다르게 확인되더라도 피해 회복이 어렵고, 게시물과 영상이 재유통되며 영향이 장기간 지속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