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체험형·참여형으로 바뀐 가족극…겨울방학 공연 시장, ‘관람’에서 ‘경험’으로 이동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공연이 늘었지만, 올해 공연 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변화는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있다. 무대 위 이야기를 객석에서 바라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이 공연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작 과정과 감정 구조까지 확장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는 이 같은 변화가 반영된 사례다. 이현 작가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넘긴 서사를 기반으로 한다. 초연 무대지만 퍼핏과 프로젝션 매핑, 음악 구성 등을 통해 시각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야기의 중심은 성장 서사다. 집단에서 배제된 존재가 스스로를 확인하는 구조다. 단순한 아동극보다 서사 밀도를 높인 방식이다.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아이의 시선에서 아빠의 고충을 표현해냈다. NHN링크]

가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이어진다. ‘건전지 아빠’는 일상적 가정의 풍경을 중심에 둔다.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는 ‘건전지’를 아버지에 비유한 설정을 무대 위로 옮겼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과 초청을 이어간 이후 공연으로 확장된 사례다. 작품은 아이의 시선을 통해 부모의 역할을 드러낸다.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부모 관객의 경험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다.

[뮤지컬 ‘긴긴밤’의 2024년 초연 장면. 라이브러리컴퍼니]

서사 강도를 높인 작품도 있다. ‘긴긴밤’은 밀렵과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관계와 선택을 다룬다. 초연 당시 유료 객석 점유율 75%, 관람 평점 9.9점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가족극이 반드시 가볍거나 교육적 메시지 중심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감정 밀도가 높은 서사를 가족 단위 관객에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형식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극장의 도로시’는 관객 이동형 이머시브 공연이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 있지 않는다. 극장 내부를 이동하며 장면을 경험한다. 무대 뒤 공간과 기술 요소가 공연 일부로 포함된다. 관객이 조명과 음향을 직접 조작하는 장면도 구성된다. 공연을 ‘보는 행위’에서 ‘참여하는 과정’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공놀이클럽의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c)창작공동체 아르케]

창작 방식 자체가 바뀐 사례도 있다.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어린이 배우가 제작 과정에 참여한 작품이다. 관객 통제도 최소화했다. 공연 도중 이동과 반응을 제한하지 않는다. 기존 극장 문법을 완화한 구조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에서 관람 규칙 자체를 재설계한 시도다.

이 같은 변화는 형식 실험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공연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OTT와 영상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공연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장르가 됐다. 동일한 서사를 전달하더라도 ‘현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가 관객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는 흐름이다.

제작 방식도 이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이야기와 음악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공간 활용과 체험 설계가 중요해졌다. 관객의 동선, 참여 방식, 감각 자극 요소까지 공연 구성에 포함된다. 공연이 콘텐츠이면서 동시에 체험 상품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다만 접근성 문제는 남아 있다. 이머시브 공연이나 참여형 공연은 관람 방식에 따라 연령 제한이 존재하거나 공간 제약이 따른다. 제작비 증가에 따른 티켓 가격 부담도 변수다.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하면서도 실제 접근 가능한 범위는 제한될 수 있다.

가족극이라는 장르는 유지되지만, 그 안에서 요구되는 형식과 완성도는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는 시대에서, 공연 안으로 들어가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겨울 공연 시장의 변화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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