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7년 만에 종결…대법, 이우영 작가 유족 승소 확정

[검정고무신 故이우영 작가.유튜브 캡처]

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이 대법원 판단으로 마무리됐다. 7년 이어진 소송이다. 개별 사건은 끝났지만 콘텐츠 산업 전반에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리 갈등은 작품이 아니라 계약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형설출판사 측 상고를 기각했다.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출판사 측은 유족에게 약 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하고,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용도 제한된다. 법원은 계약 해지는 인정하면서도 계약 종료 이후 권리는 유족 측에 있다고 판단했다. 권리 귀속과 이용 범위를 분리해 본 셈이다.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가족 서사를 담은 작품이다. 1990년대 만화 시장에서 대중성을 확보했고, 이후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사업으로 확장됐다. 방송과 교육 콘텐츠로 활용됐고, 상품과 라이선스 사업으로 이어지며 장기간 수익을 만들어냈다.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되는 전형적인 콘텐츠 모델이다.

문제는 이 확장 과정에서 발생한다. 콘텐츠는 원작에 머물지 않는다. 영상화, 게임, 상품, 해외 사업으로 연결된다. 수익도 단계별로 나뉜다. 이때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 범위가 실제 수익 배분을 좌우한다.

대부분 계약은 작품이 성공하기 전에 체결된다. 창작자는 안정적인 초기 수익을 확보하는 대신 권리 일부를 넘긴다. 반면 사업자는 유통과 확장을 맡으며 권리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작품이 흥행하면 이 격차가 갈등으로 전환된다.

특히 캐릭터 사업은 분쟁 가능성이 높다. 캐릭터는 원작과 별개로 장기간 수익을 만든다. 상품과 라이선스,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며 사업 규모가 커진다. 초기 계약에서 캐릭터 권리를 어떻게 설정했는지가 이후 수익 흐름을 결정한다.

이번 사건도 같은 지점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계약 종료 이후에도 기존 권리가 유지되는지, 캐릭터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법원은 계약 종료 이후 권리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해외에서는 권리 설계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만든 J.K. Rowling은 초기 출판 계약에서 저작권을 유지했다. 출판사는 인쇄와 유통 권한만 확보했다. 이후 영화 판권은 별도 계약으로 체결됐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 권리를 확보했지만 원작과 캐릭터에 대한 최종 권한은 작가가 유지했다. 이 구조는 수익 배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영화, 게임, 테마파크, 상품 사업까지 확장되는 과정에서 원작자에게 지속적인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됐다.

반대로 초기 계약에서 권리를 포괄적으로 이전한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2차 사업과 파생 콘텐츠 수익은 제작사 중심으로 배분된다. 작가는 제한된 보상만 받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가치가 커질수록 격차는 확대된다.

국내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웹툰과 OTT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계약 방식은 과거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표준계약서와 공정거래 기준이 도입됐지만 실제 계약은 개별 협상에 맡겨져 있다.

결국 대부분의 분쟁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정리된다. 계약 단계에서 정리되지 않은 권리 문제가 시간이 지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고, 창작자와 사업자 모두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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