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종묘 앞 고층개발 갈등 격화…서울시-유산청 ‘경관 검증’ 충돌

[종묘에서 제례/제례악이 진행중이다. 제공:궁능유적본부]

서울 종로구 종묘 앞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개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정면 충돌했다. 경관 검증 방식과 절차를 놓고 양측이 공개적으로 맞서면서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8일 종묘 인근에서 세운4구역 개발 후 경관을 검증하는 현장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재개발 계획상 건물 높이를 표시한 대형 풍선을 띄운 뒤 종묘 정전 앞 상월대에서 촬영해 실제 조망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를 “객관적 검증을 위한 공개 실증”이라고 설명했다. 종묘에서 바라본 경관 변화를 실제 환경에서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경관 시뮬레이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이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는 “정당한 검증 절차를 일방적으로 막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공개 검증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산청은 즉각 반박했다. 당초 신청과 실제 행사 내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유산청에 따르면 서울시는 출입 인원 10명 규모 촬영을 신청했지만 실제로는 50여 명이 참석하는 현장 설명회를 추진했다. 유산청은 “신청 내용과 다른 행사가 진행되는 데 따른 행정 조치”라고 밝혔다.

이미 협조가 이뤄진 사례도 언급했다. 지난달 종묘 정전 앞에서 관계자 10여 명이 참여한 촬영은 허가됐다는 것이다. 유산청은 “검증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라 절차 문제”라고 강조했다.

갈등의 핵심은 경관 검증 방식이다. 서울시는 실제 환경에서 조망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산청은 세계유산 보호 기준에 맞는 절차와 규모를 우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세운4구역 개발은 종묘와의 거리 문제로 오래전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해당 구역은 종묘와 직선 거리 수백 미터 내에 위치한다.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종묘 전통 경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세계유산은 주변 경관과 시각적 완충 구역까지 포함해 관리된다. 건축물 높이와 배치가 유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개발 제한 대상이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도 주변 개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역사 유적 주변 고층 개발이 제한되거나 설계 변경이 요구된 사례가 적지 않다. 경관 훼손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보존 권고가 내려진다.

이번 사안에서도 국제 기준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출 기한이 이미 지난 상태에서 경관 검증 방식 논란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커진 상태다.

서울시는 도심 재생과 주거 공급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세운지구는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으로 재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심 기능 회복과 상업·주거 복합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이다.

반면 유산청은 문화재 보호를 우선 원칙으로 두고 있다. 종묘는 조선 왕실 제례 공간으로 역사적 상징성이 높은 유산이다. 주변 경관까지 포함해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국장급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경관 촬영 논란으로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가벼운 행정 갈등으로 보지 않는다. 도시 개발과 문화유산 보존 간 충돌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도심 고밀 개발이 확대될수록 유사한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향후 핵심은 검증 기준이다. 경관 훼손 여부를 어떤 방식으로 판단할지, 실제 시뮬레이션과 행정 절차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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