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0만원 줄게 한 번 할까”…병원장 쪽지 논란, 소규모 사업장 성희롱 현실 드러냈다

[사진:춘천MBC 캡처]

강원 춘천의 한 개인병원에서 병원장이 직원에게 성관계를 암시하는 쪽지를 건넨 사건이 발생했다.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은 결국 퇴사와 신고를 선택했다.

춘천MBC가 2025년 12월 3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병원에서 근무해 온 60대 여성 A씨는 병원장으로부터 ‘100만원 줄게, 한 번 할까?’라는 문구가 적힌 손글씨 쪽지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업무를 이어가기 어려웠고, 이후 퇴사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보도에서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제가 그만둬야 하는 건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장은 이후 “한 번 해본 소리라고 생각하라”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원장은 A씨 남편에게 금전을 보내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고, 실제로 돈을 입금한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이를 돌려보냈다.

A씨는 사건 발생 약 18일 뒤 직장을 그만두고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병원장을 직장 내 성희롱과 모욕 혐의로 신고했다. 원장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려운 지점이있다. 인사권이 사업주에게 집중된  사업장에서는 문제 제기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24년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경험자의 약 70%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익 우려와 해결 가능성에 대한 낮은 기대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이 같은 경향은 해외에서도 반복된다.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다수가 보복 우려 때문에 신고를 꺼린다고 설명해왔다. 유럽연합 기본권청(FRA) 조사에서도 직장 내 지위 격차가 클수록 문제 제기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국내외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지점은 권력 관계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 거리 차이가 클수록 문제 제기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외부 감시나 독립된 인사 체계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건이 드러나지 않거나 내부에서 정리되는 경우도 많다.

이승환 변호사는 2023년 인터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은 권력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피해자가 자책감과 불안감으로 문제 제기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대응 방식도 쟁점이다. 금전을 통해 문제를 정리하려는 시도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피해자는 사건 이후 불안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대해 예방 교육과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제도 적용과 감독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사건 발생 이후 즉각적인 분리 조치와 외부 조사, 신고자 보호 장치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피해자가 문제를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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