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방통위 17년 만에 폐지…방송 규제 권력 구조 재편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17년 만에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재편된다. 방송 규제 권한과 미디어 정책 구조가 다시 짜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7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공포되면 2008년 출범한 기존 방통위는 폐지되고 새 위원회가 출범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기존 방통위 기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일부 미디어 진흥 기능을 통합해 수행한다. 유료방송과 콘텐츠 정책을 포함한 미디어 전반을 담당하는 구조다.

위원회 구성도 바뀐다. 기존 방통위는 위원장 포함 5명의 상임위원 체제였지만, 새 위원회는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확대된다. 대통령과 여야 추천 몫을 결합한 구조다.

법 시행과 동시에 기존 위원회는 해체된다. 이에 따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자동 면직된다. 이 위원장은 법안 통과에 대해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조직 명칭 변경을 넘어 규제 권력의 재편으로 해석된다. 방송 정책과 규제 기능이 분산돼 있던 구조를 통합하면서 미디어 정책의 일원화를 시도하는 방식이다.

특히 새 위원회는 방송3법 개정 이후 후속 조치를 담당하게 된다. KBS,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회 구성 기준을 마련하는 규칙 제정 권한도 갖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다.

이 때문에 이번 개편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미디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본다. 방송과 통신, 콘텐츠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 권한이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심의 구조까지 연결될 경우,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의 체계도 함께 바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된다. 위원장은 정무직으로 전환돼 인사청문 대상이 되며, 탄핵소추 대상에도 포함된다.

이는 방송 심의 기능의 정치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심의 기능이 정치적 영향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미디어 환경 변화도 이번 개편의 배경으로 꼽힌다. OTT와 온라인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기존 방송 중심 규제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방송과 통신, 플랫폼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정책 구조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콘텐츠 시장에서는 방송과 플랫폼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방송사 프로그램이 OTT로 유통되고, 온라인 콘텐츠가 방송으로 확장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규제 체계 역시 이에 맞춰 재편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제도 변화가 실제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규제 권한 재편이 정책 효율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될지는 향후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편은 방송 정책과 권력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심의 체계, 콘텐츠 규제 방식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법 시행 이후 위원장과 위원 인선이 진행되면 새 위원회는 본격적인 정책 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방송3법 후속 규정 마련과 이사회 재구성 등 구체적인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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