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설계 빠진 법인화로 논란

[사진: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15만 관람객 찾았다. 제공:출협]

개막을 두 달가량 앞둔 서울국제도서전이 출판계 내부 갈등을 드러냈다. 표면적 쟁점은 ‘사유화’ 여부지만, 이번 논쟁의 실질은 더 좁고도 깊다. 정부 보조금이 끊긴 뒤 국내 최대 책 축제가 어떤 방식으로 생존 구조를 다시 짜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공공성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출발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국내 최대 책 축제다. 지난해에도 5일간 최소 15만명이 찾을 만큼 대중적 파급력이 컸다.

갈등이 폭발한 직접 계기는 운영 주체의 전환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올해 도서전을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이 맡는 구조로 바꿨고, 이를 두고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연대’는 특정 출판사·서점·개인이 법인 지분 70%를 쥔 상태에서 공공적 문화행사를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보도와 대한출판문화협회 해명에 따르면 실제 자본금은 10억원이고, 사회평론·노원문고·대한출판문화협회가 각각 30%씩 지분을 보유했다. 출협은 애초 20억원 모집을 목표로 했지만 초기 청약이 적어 절반만 모였다고 설명됐다.

출협 쪽 설명도 단순 방어 논리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협회는 윤석열 정부 시기 서울국제도서전 보조금 지원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행사의 안정적 개최와 발전을 위한 대비책으로 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체부는 2024년 3월 서울국제도서전 6억7000만원, 해외도서전 한국관 운영 5억5000만원, 한국도서 해외전파 6000만원 등 약 13억원의 예산 집행을 중단했다. 2024년 도서전은 이런 지원 없이 열렸고, 그 여파로 예산 부담은 고스란히 협회와 참가사 쪽으로 넘어갔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법인화 자체가 곧 사유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 도서전 다수는 원래 법인 구조로 운영된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은 독일출판서적상협회 계열사인 Frankfurter Buchmesse GmbH가 1949년부터 운영해 왔고, 런던도서전은 전시기업 RX가 주관한다. 볼로냐아동도서전도 BolognaFiere가 운영한다. 즉 기업 형태는 국제적으로 낯선 모델이 아니다. 다만 해외 사례의 핵심은 법인이라는 형식보다 거버넌스다. 누가 의사결정을 통제하고, 공익성과 업계 대표성을 어떤 장치로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서울국제도서전 논란이 예민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불신은 지분율 그 자체보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커졌다. 출협은 “수익이 나더라도 배당 계획이 없고”, 별도 계약을 통해 이사와 감사 지명권을 가지며, 공익 목적 운영 의무를 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설명 안에 이미 긴장이 숨어 있다. 출협은 30% 지분을 유지하되 나머지 주주 지분은 증자 시 희석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 구조가 임시적이라는 뜻인 동시에 장래의 지배구조가 아직 유동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공성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는 행사 운영 원칙, 참가비 책정, 부스 배치, 소규모 출판사 보호 같은 실무 영역의 공익성을 보증하기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비용 문제가 논쟁을 이끌고 있다. 올해 도서전 참가 비용은 부가가치세 발생 등의 영향으로 기본 부스 사용료가 10% 인상됐고, 저작권센터 요금 체계도 개편됐다. 지난해 정부 지원이 끊긴 도서전의 총비용은 약 40억원으로 알려졌고, 그 결과 해외 출판사 초청 성격의 저작권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못했다. 2024년 참가사는 19개국 452개사로, 2023년 30개국 530개사 수준보다 약 15% 줄었다. 재정 구조 변화가 도서전의 국제성·산업성·참가 접근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야 하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 출판시장의 모순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종합독서율은 43.0%다. 독자 기반은 얇아졌는데,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4년 출판시장 통계에서는 주요 71개 출판기업 총매출이 약 4조8911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고, 단행본 출판사 매출은 4.3% 늘었다. 독서율은 줄고 시장은 버티는 이 이중 구조 속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판매 현장인 동시에 브랜드 행사이고, 독자 축제이면서도 판권과 산업 네트워크의 장이어야 한다. 그래서 운영 원칙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가 “자구책 차원에서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이기에 사유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한 대목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쟁점은 ‘주식회사냐 아니냐’가 아니라, 출판계 전체가 신뢰할 수 있는 공적 통제 장치를 만들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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