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산업이 커질수록 더 힘들어지는 만화 창작자… 왜 그럴까

웹툰과 만화 산업은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에서 시작된 웹툰 플랫폼 모델은 이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는 지식재산(IP) 산업의 핵심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산업 규모가 커지는 것과 달리 많은 창작자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의 성장과 창작자의 현실 사이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웹툰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에 발표한 웹툰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 규모는 약 2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웹툰 플랫폼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영상화와 게임화 같은 콘텐츠 확장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웹툰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핵심 분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 성장과 창작자의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웹툰 제작은 대부분 개인 창작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연재 기간 동안 지속적인 작업을 요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간 연재 방식은 일정한 속도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노동 강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웹툰 창작자의 노동 환경은 실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노동환경 연구에서는 웹툰 작가들이 일반 노동자보다 긴 노동 시간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콘티 작성, 작화, 채색, 편집 등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창작자 단체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인터뷰에서 “웹툰 산업이 성장하면서 작품의 완성도 요구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창작자가 감당해야 하는 작업량 역시 커지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 창작자들의 계약 구조 역시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웹툰 산업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구조가 강하기 때문에 창작자가 플랫폼과 맺는 계약이 수익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해 장철영 변호사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웹툰 계약 구조를 설명하며 “실질적으로는 작가에게 근로자 성격을 요구하면서도 노동자 보호는 적용되지 않는 형태의 계약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구조는 창작자 사이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도 언급된다. 웹툰 플랫폼에서는 일부 인기 작품이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반면 상당수 작품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히트 중심 시장’ 구조가 웹툰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웹툰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다. 플랫폼은 작품 유통뿐 아니라 마케팅과 독자 접근 경로까지 동시에 관리한다. 이 때문에 플랫폼과 창작자 사이의 관계가 산업 구조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콘텐츠 산업 연구자들은 이러한 구조 변화가 웹툰 산업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플랫폼이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창작자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이는 창작자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웹툰 산업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으로 확장된 것도 또 다른 변화 요인이다. 최근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콘텐츠 IP 산업의 핵심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 규모를 확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창작자의 작업 부담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웹툰 산업 성장의 또 다른 특징은 수익 구조의 집중 현상이다. 일부 인기 작품이 플랫폼에서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반면 상당수 창작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특징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는 웹툰 산업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음악과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산업에서도 플랫폼 중심 구조가 강화되면서 창작 노동 환경 문제가 함께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창작자의 노동이 더 많이 요구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작 생태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작자의 노동 환경과 수익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산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과 만화는 이제 단순한 오락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문화 산업의 핵심 분야가 됐다. 한국 웹툰은 해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다양한 미디어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커질수록 창작자의 현실이 더 어려워진다면 그 성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카카오웹툰 메인이미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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