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붓질로 쌓은 화면…성희승 개인전, ‘과정으로서의 회화’ 제시

회화를 완성된 이미지가 아니라 진행 중인 상태로 다루는 작업이 전시로 공개됐다. 성희승이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개인전 ‘이터널 비커밍’을 열고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이어온 회화 방식의 변화를 한 자리에서 정리한 구성이다. 화면은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반복된 붓질과 시간의 축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형상이 먼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위가 누적되며 형태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성희승은 캔버스 위에 점과 선을 반복해 쌓는다. 동일한 동작을 지속하면서 화면의 밀도를 높인다. 붓질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겹쳐지며 층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화면은 단일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의 축적으로 읽힌다.
초기 작업은 원에서 출발했다. 반복과 순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화면 위에 동일한 구조를 반복해 배치하면서 리듬을 형성했다. 이후 삼각형으로 확장되며 구조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삼각형은 최소 단위 형태이면서도 방향성과 균형을 동시에 갖는 구조다.
최근 작업에서는 ‘별’ 형태가 등장한다. 원과 삼각형에서 이어진 형식이 한 화면 안에서 결합된 결과다. 이전 작업이 해체되는 대신 변형된 채 남아 새로운 구조로 이어진다. 하나의 형태가 다른 형태로 넘어가는 과정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누적이다. 작가는 이전 형식을 버리지 않고 반복과 변형을 통해 확장해왔다. 화면에는 서로 다른 시기의 구조가 동시에 존재한다. 작업 과정이 시간 순서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작업은 일정한 리듬을 가진다. 반복되는 붓질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화면을 채운다. 이 과정은 제작 방식이면서 동시에 화면의 구성 원리가 된다. 일정한 행위가 쌓이며 화면 전체를 조직한다.
작품 크기도 커졌다. 2m를 넘는 대형 캔버스에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면서 물리적 밀도와 시각적 압박이 동시에 형성된다. 가까이에서는 개별 붓질의 흔적이 보이고, 멀리서는 하나의 구조로 인식된다. 거리 변화에 따라 화면의 읽는 방식이 달라진다.
빛에 대한 관심도 이어진다. 최근 작업에서 ‘별’은 특정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화면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반복된 붓질이 모이며 특정 지점에서 응집되고, 그 결과가 하나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회화를 감상 대상이 아니라 경험으로 제시한다. 화면은 완결된 이미지로 닫히지 않는다. 관람자는 하나의 장면을 읽기보다 반복과 변화가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화면이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진행 중인 상태로 인식되도록 구성됐다.
성희승은 회화를 통해 행위와 시간을 다루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정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붓질의 축적 자체를 화면에 남기는 방식이다. 반복은 작업의 구조를 만드는 요소로 작동한다.
학고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작가의 작업 방식과 형식 변화가 동시에 드러나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형식 변화와 작업 방식의 지속성을 함께 보여준다. 화면은 하나의 이미지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상태로 제시된다. 회화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시는 2월 7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