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호카’ 국내 총판 대표 폭행 논란…유통 현장 ‘갑질’ 다시 부각

[제공:호카]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총판사 조이웍스앤코 대표가 하청업체 직원 폭행 의혹에 휘말리면서 유통업계 ‘갑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사는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협력업체와의 권력 관계가 충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조이웍스앤코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사유로도 물리적 충돌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과했다. 회사는 조성환 대표가 사법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피해자와의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은 조 대표가 서울 성수동의 한 건물로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불러낸 뒤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녹취로 공개된 내용에는 “나 알아?”, “나에 대해 뭐 아느냐” 등의 발언이 담겼고, 물리적 접촉이 있었다는 정황도 포함됐다. 피해자 측은 갈비뼈 골절과 뇌진탕 등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대표 측은 사실과 다른 정보 유포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소비자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행동이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경영진 리스크가 곧바로 매출 변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호카는 최근 국내 러닝 시장 확대와 함께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다. 쿠셔닝 기능을 강조한 제품으로 입문자부터 중장거리 러너까지 수요를 확보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이웍스앤코의 2025년 1~10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증가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러닝 문화와 체험형 매장 확대가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유통 구조다. 스포츠 브랜드는 국내 총판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본사와 별도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총판 경영진의 판단이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좌우한다. 물류, 마케팅, 유통을 외주화하는 구조에서는 하청업체 의존도가 높다. 이 과정에서 권한이 한쪽으로 쏠리기 쉽다.

이번 사건도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계약 구조상 납품·물류·운영을 담당하는 업체는 총판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납기, 물량, 비용 조건이 총판 중심으로 결정되는 구조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대응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유사 사례가 반복돼 왔다. 2017년 롯데마트 납품업체 판촉사원 부당 사용 사건에서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실상 롯데마트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강요받은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해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물량을 강제로 밀어내고 반품을 제한한 ‘밀어내기’ 사건이 폭로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유사 사례가 이어졌다. 2018년 미스터피자 창업주가 가맹점주와의 갈등 과정에서 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보복 출점과 거래 압박 논란이 함께 제기됐다. 2020년에는 BBQ가 가맹점에 대한 계약 해지 압박과 물류비 부담 문제로 분쟁을 겪으며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플랫폼·온라인 유통에서도 문제가 반복됐다. 2021년 쿠팡은 납품업체에 대한 거래 조건 변경과 비용 전가 논란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같은 시기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도 수수료 구조와 광고 노출 방식이 입점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계 전반에서 거래 조건 결정 권한이 한쪽에 집중된 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플랫폼 기반 산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지적된다. 배달·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플랫폼이 가격과 노출을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입점 업체가 거래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불공정 거래 논란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도입과 거래 조건 공개 등을 추진해왔다.

패션·스포츠 브랜드 유통 역시 예외가 아니다. 총판이 브랜드 운영과 유통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내부 통제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 브랜드 본사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는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태가 브랜드 이미지로 확산되는 배경이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변수다. 최근 소비자는 제품 기능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 방식과 윤리성을 함께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 대응이 지연될 경우 이미지 훼손이 장기화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일 기업 문제를 넘어 유통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력업체와의 계약 구조, 내부 의사결정 과정, 분쟁 대응 절차 등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이웍스앤코는 “경영 안정성과 이해관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번 사건은 성장 산업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유통 권한이 집중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 리스크는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다.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포함한 관리 체계가 강화되지 않을 경우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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