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7000명 넘어…‘소년심판’ 이후 달라진 범죄 인식

26일 대법원의 ‘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은 5만 848건으로 전년(5만 94건)보다 1.5% 증가했다.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은 729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4142명에서 3년 만에 7000명대로 늘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은 보호자 위탁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제도는 처벌보다 교정과 재사회화를 목표로 설계돼 있다.
수치 증가와 함께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 사건이 반복적으로 주목되면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촉법소년을 둘러싼 강경 처벌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 같은 인식 변화에는 대중문화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년심판 은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로, 소년범을 담당하는 판사를 중심으로 촉법소년 제도와 청소년 범죄를 다뤘다. 작품은 강력 사건과 재범 문제를 전면에 배치하며 보호 중심 제도의 한계를 제기하는 서사를 구성했다.
작품 공개 이후 청소년 범죄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범죄 통계의 변화보다 사건의 충격성과 서사가 인식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실제 범죄 증가 속도는 체감과 차이를 보인다. 소년보호사건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증가 폭은 둔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사회적 불안은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현실과 인식 사이 간극이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송종영 법무법인 하민 변호사는 “특정 연령대가 형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일부 청소년에게 법 규범의 구속력이 약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제도 개편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거나 강력범죄에 한해 형사처벌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반면, 처벌 강화가 재범 감소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일부 강력범죄에 대해 미성년자를 성인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보호와 재활 중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국가별 접근 방식이 갈리는 상황이다.
촉법소년 제도는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연결된다. 보호 대상인가, 책임 주체인가에 따라 제도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범죄 보도와 콘텐츠 소비 방식이 결합되면서 인식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건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부 사례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제도 논의와 함께 정보 전달 방식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본다. 범죄 통계와 개별 사건을 구분해 전달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불안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촉법소년 수 증가라는 수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수치를 해석하는 기준이다. 보호 중심 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처벌 중심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