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독서율 88%인데 왜 문해력 떨어지나…‘읽기 방식’이 바뀌었다

[사진:잠실점 문보장. 제공:보문고]

한국 성인 독서율이 87.8%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읽기 능력 향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서 범위가 확대되면서 통계상 착시가 발생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산하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는 2024년 보고서에서 종이책, 전자책, 웹툰, 웹소설, 교과서 등을 포함할 경우 성인 독서율이 87.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만 포함해 독서율이 43%로 집계됐다.

같은 ‘독서’라도 기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웹툰과 웹소설, 학습참고서, 교과서 등까지 포함했고 일부만 읽은 경우도 독서 경험으로 반영했다.

출판계는 기존 독서율 저평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출협 관계자는 “매체 환경 변화에 맞춰 모든 출판 콘텐츠를 포함했고, 완독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해 독서율이 높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가 곧 읽기 능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서 개념이 확대되면서 읽기의 양과 질이 분리됐다는 분석이다. 짧은 콘텐츠 소비까지 포함되면서 독서 경험은 늘었지만 깊이 있는 이해 능력과는 다른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출판 관계자는 “조사처럼 독서율이 높다면 출판 시장 침체나 문해력 논란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서 경험 증가와 실제 읽기 수준 간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 비교에서도 읽기 능력 변화는 단순하지 않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의 읽기 점수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절대적 저하라기보다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읽기 능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짧은 텍스트를 빠르게 처리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은 기존 독서와 다른 형태의 역량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좋은 독서는 소비를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문장 간 관계를 파악하고 글의 구조를 따라가며 저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한 문장을 읽고 다음 문장과 연결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비판적 사고와 판단 능력이 형성된다.

또한 읽은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재정리하거나 토론과 글쓰기로 확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 글을 끝까지 읽고 핵심을 요약하거나 다른 관점과 비교하는 훈련이 병행될 때 이해 능력이 강화된다. 단순한 읽기 경험보다 깊이 있는 독서 방식이 문해력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쟁은 독서량 자체보다 ‘무엇을 독서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 문제로 조사기준에서 독서 개념이 확장되면서 통계와 체감 사이의 간극이 커진 것이다.

독서율 87.8%라는 수치는 읽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읽기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독서 정책 역시 양 확대 중심에서 읽기 방식과 이해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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