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오징어게임 넘어정상…K콘텐츠의 다음 국면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역대 시청 기록을 넘어섰다. 공개 이후 75일 만에 누적 시청 수 2억6600만을 기록하며 기존 1위였던 ‘오징어 게임’ 시즌1과 ‘웬즈데이’ 시즌1을 제쳤다. 넷플릭스가 공개 후 91일간의 누적 시청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기간 동안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록을 갈아치운 속도 역시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번 성과는 순위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콘텐츠 소비가 시청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 참여형 콘텐츠, 오프라인 경험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작품의 OST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100’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SNS에서는 특정 장면과 음악을 활용한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재가공해 확산시키는 과정이 다시 관심을 끌어올리는 순환으로 이어졌다.
오프라인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관객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상영 방식이 도입됐고, 넷플릭스 내에서도 싱얼롱 버전이 별도로 공개됐다. 스트리밍으로 시작된 콘텐츠가 극장 경험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기존 OTT 중심 소비 방식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시청을 넘어 ‘함께 참여하는 경험’이 콘텐츠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 같은 흐름은 팬덤의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다. 딜로이트가 2024년 발표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석 보고서는 팬덤이 높은 참여도와 충성도를 기반으로 콘텐츠 소비를 넘어 다양한 플랫폼과 산업으로 확장되는 성장 기회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작품은 시청 이후 음악 소비, 영상 제작, 현장 참여로 이어지며 팬의 행동이 콘텐츠의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 공개 이후에도 관심이 유지되는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팝 팬덤을 중심으로 실물 음반과 관련 상품 소비가 증가하며 콘텐츠 소비가 굿즈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캐릭터와 음악, 세계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콘텐츠 하나가 여러 소비로 이어지는 연결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흐름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확산 속도다. 과거에는 콘텐츠 공개 이후 시간이 지나며 관련 소비가 단계적으로 형성되는 양상이 일반적이었다면, 이번 사례에서는 공개 직후 음악, 영상, 참여형 콘텐츠가 동시에 확산되며 관심이 빠르게 증폭됐다. 특히 SNS를 통한 재생산과 공유가 반복되면서 콘텐츠 노출이 짧은 시간 안에 확대됐고, 이는 곧바로 소비와 참여로 이어졌다. 콘텐츠 공개 이후 반응이 형성되기까지의 간격이 크게 줄어든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 작품이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K팝이라는 글로벌 장르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음악과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서사가 언어 장벽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영상과 음원이 동시에 소비되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영상 플랫폼과 결합되면서 특정 장면과 음악이 독립적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형성된 점도 확산 속도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버라이어티는 2025년 8월 보도에서 해당 작품이 음악과 애니메이션, K팝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유형의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실사 중심의 K콘텐츠 확산 흐름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 장르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넷플릭스는 최근 몇 년간 애니메이션과 음악 기반 콘텐츠 투자를 확대해왔으며, 다양한 국가의 IP를 활용한 글로벌 확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작된 콘텐츠로, 특정 국가의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기획된 사례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