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앞둔 마동석, 주먹에서 세계관으로…한국형 액션 IP 시험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4월 30일 개봉을 앞두면서 마동석의 위치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마동석이 주연을 맡는 동시에 원안과 제작에 참여하고, 같은 세계관의 프리퀄 웹툰 ‘거룩한 밤: 더 제로’가 이미 지난해 10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배우가 직접 세계관과 확장 경로를 설계하는 방식의 콘텐츠 실험으로 읽힌다.
언론 공개된 인터뷰에서 마동석은 복싱을 자신의 “언어”라고 표현하며, 복싱장 훈련과 시나리오 수정, 디렉팅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 발언의 감상적 의미보다 실무적 의미다. 액션을 연기하는 배우를 넘어, 액션의 리듬과 타격감, 유머의 타이밍, 캐릭터의 기능까지 직접 조정하는 창작자에 가깝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번 영화 제작 배경에 대해 현실 기반 범죄물에서 벗어나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확장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거룩한 밤’은 이 점에서 마동석의 최근 행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악의 무리에 맞서는 해결사 바우와 동료들의 구마 서사를 다루는 오컬트 액션물인데, 영화보다 앞서 세계관을 웹툰으로 풀어낸 뒤 이를 다시 스크린으로 옮기는 구조를 취했다. 네이버웹툰은 ‘거룩한 밤: 더 제로’를 “배우 마동석이 직접 기획한 액션 퇴마 스릴러”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배우가 캐릭터와 세계관을 먼저 구축하고, 이를 웹툰과 영화로 나눠 전개하는 방식은 아직 흔한 모델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시도는 마동석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한국형 장르 IP의 생산 방식을 시험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흐름의 바탕에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과 정부 문화홍보 자료를 종합하면 ‘범죄도시’ 1편은 약 688만명, 1~3편은 2023년 7월 3000만명을 넘겼고, 2024년 ‘범죄도시4’ 흥행까지 더해 시리즈 누적 관객 수는 40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 시리즈로는 처음 확인된 규모다. 마동석이 가진 반복 가능한 캐릭터와 톤이 산업적으로 증명한 사례기도 하다. 특히 한 편의 흥행이 아니라 시리즈 자체가 시장에서 작동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25년 2월 발표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매출액은 6910억원, 관객 수는 7147만명이었고, 매출액 점유율은 57.8%, 관객 점유율은 58.0%였다. 회복 흐름은 분명했지만 관객 수는 2017~2019년 평균의 63.1% 수준에 머물렀다. 팬데믹 이전만큼 넓은 시장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극장은 더 강한 인지도를 지닌 시리즈와 캐릭터, 즉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는 IP에 기대는 경향이 커졌다. 마동석의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동석은 현재 한국 자본과 한국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영어권 프로젝트 ‘피그 빌리지’에서 원안, 제작, 주연을 맡고 있다. 이 작품에는 마이클 루커, 콜린 우델 등 해외 배우들이 참여했다. 한국 자본 100%로 진행하되 영어 대사와 해외 캐스팅, 국내 스튜디오 촬영을 결합한 구조라 제작 시스템 수출에 가까운 실험이다.

배우가 창작과 제작의 전면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한국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정재는 2022년 ‘헌트’로 감독 데뷔를 했고,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하정우 역시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어 올해 ‘로비’로 다시 연출 작업을 이어갔다. 다만 이정재와 하정우의 사례가 배우의 연출 역량 확장에 방점이 있었다면, 마동석의 경우는 배우·원안자·제작자의 기능이 장르 프랜차이즈 구축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연출 데뷔가 아니라, 스타가 곧 세계관 개발자이자 사업 단위가 되는 모델에 더 가깝다.
해외에서는 이와 유사한 계보가 더 뚜렷하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 1편으로 연기와 각본 부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 시리즈를 쓰고 연기하며 액션 스타와 프랜차이즈 창작자의 위치를 동시에 구축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71년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연출을 시작한 뒤 배우, 감독, 프로듀서를 오가며 장기적인 저자 브랜드를 만들었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오랜 기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액션 스타의 몸을 프랜차이즈 운영 능력과 결합시켰다. 키아누 리브스도 2021년 코믹북 ‘BRZRKR’를 공동 집필했고, 이 작품은 출간 첫 호 61만5000부를 판매한 뒤 넷플릭스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됐다. 스타의 얼굴이 곧 IP의 시작점이 되는 유사한 구조다.
마동석의 현재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가 한국에서 이 해외 모델에 가장 근접한 몇 안 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극장에서 검증된 마석도라는 캐릭터 자산을 갖고 있고, ‘거룩한 밤’에서는 그 자산을 오컬트 액션으로 옮겨보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배우의 육체와 말투, 타격 리듬, 관객이 기대하는 코미디 감각을 다른 장르에 이식해도 통할지를 시험하는 단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동석 개인의 스타성보다, 그 스타성이 산업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느냐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가 보여주듯 한국 영화시장은 아직 팬데믹 이전 체급을 회복하지 못했고, 중간 규모 상업영화의 생존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결국 ‘거룩한 밤’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흥행 수치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이 작품이 성공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마동석이 ‘범죄도시’ 바깥에서도 자신의 캐릭터성과 제작 방식을 새로운 IP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