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노재팬 이후 달라진 감정”…일본 패션의 귀환, 소비는 왜 바뀌었나

일본 패션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일 관계를 둘러싼 감정과 별개로 소비가 움직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불매운동으로 대표되던 ‘감정 기반 소비’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심으로 문화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4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편집숍 빔스(BEAMS)서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에서 국내 팝업스토어를 열고 시장 반응을 시험하고 있다. 앤드원더, 스튜디오스, 비숍 일본 브랜드와 편집숍도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며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는 상황이다.

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롯데백화점이 20251~3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증가해 전체 패션 신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엔저 장기화와 일본 여행 증가로 현지에서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가 국내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결과로 해석된다.

현상을 가벼운 유통 변화로 보기보다 ‘감정의 변화’읽는 시각도 있다. 패션은 기능적 소비를 넘어 정체성과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적 행위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정치적 입장보다 개인적 취향과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024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최근 소비자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 취향을 분리하는 경향을 보이며, 브랜드 선택에서 감정보다 경험과 만족을 우선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설명했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감정과 별개로 제품을 소비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서로 읽힌다.

실제로 일본 패션에 대한 선호는 단순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경험 기억’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여행을 통해 접한 브랜드 경험, 매장 환경, 스타일링 방식 등이 소비자의 감각에 축적되며 재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는 2023소비문화 관련 연구에서 “현대 소비는  상품 구매가 아니라 감각과 기억, 경험이 결합된 문화적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며 “여행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감정적 경험이 이후 소비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분석했다.

같은 흐름은 일본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2024발표한 일본 소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패션과 뷰티 브랜드는 한류 콘텐츠 확산과 함께 일본 젊은 사이에서 ‘문화 경험 소비’받아들여지며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소비 환경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2024소비 트렌드 강연에서 “Z세대는 국적보다 문화적 취향과 경험을 중심으로 소비를 결정한다”며 “국가 감정보다 개인적 정체성과 스타일이 소비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분석했다.

패션 산업 구조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동시에, 자사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 진출시키며 상호 교류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문화 소비의 흐름을 반영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한일 패션 교류가 확대되는 현상은 ‘감정의 약화’라기보다 ‘감정의 재구성’으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심으로 소비는 별도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관계가 아닌 개인의 감각과 기억이 소비를 결정하는 시대에서, 패션은 가장 민감하게 변화를 드러내는 영역이 되고 있다.

[일본 편집숍 겸 패션 브랜드 빔스(BEAMS) 광고 이미지.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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