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라면의 세계화…K푸드 확산 뒤의 식품 신뢰 경쟁
김밥과 라면 같은 한국 음식이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일상적인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관심이 음식 소비로 이어지면서 K푸드는 관광이나 문화 체험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식품 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인다. 드라마와 음악을 통해 접했던 음식이 실제 식탁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식문화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 음식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은 맛뿐 아니라 식품 안전과 신뢰 체계라는 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과 농산업을 포함한 ‘K푸드 플러스(K-Food+)’ 수출액은 약 136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농식품 수출이 최근 수년 동안 꾸준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해외 수요가 확대되면서 식품 산업의 성장 동력이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인 품목은 라면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라면 수출액은 2024년 약 12억 달러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15억 달러 규모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된다. 김치 역시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aT 자료에 따르면 김치는 약 90여 개 국가로 수출되며 한국 전통 식품의 글로벌 확산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 음식으로 인식됐던 한국 식품이 이제는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실적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7300억 원, 영업이익 344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매운맛 라면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풀무원 역시 해외 시장 성장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진입했다. 회사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조2137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해외 사업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두 자릿수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서 성장한 오리온 역시 매출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식품 기업의 경쟁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푸드 확산의 배경에는 한류 콘텐츠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속 음식 장면은 한국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해외 시청자들이 콘텐츠 속 음식에 관심을 보이면서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났다. 온라인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확대 역시 한국 식품의 해외 접근성을 높인 요인으로 언급된다. 전통적인 수출 방식뿐 아니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식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는 문화적 인기만으로 소비가 지속되기 어렵다. 소비자는 음식의 생산 과정과 위생 관리 기준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는다. 해외 유통 과정이 길어질수록 식품 안전 관리 체계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식품 원재료 관리와 생산 과정의 위생 기준, 유통 과정의 품질 관리 체계는 해외 시장 진출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언급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 식품 산업은 식품 안전 관리 체계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이다.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식품 산업에서 중요한 안전 관리 기준으로 평가된다. HACCP 인증은 국내 식품 제조업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한국 HACCP 인증기관에서 근무하는 정하림 검사관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출장 과정에서 현지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이 한국 식품의 위생 관리 기준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검사관은 “한국 음식이 다양한 국가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식품 안전 인증과 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시장에서는 식품의 맛뿐 아니라 생산 과정의 신뢰도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각국 정부 역시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식품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통 환경에서는 식품 관리 기준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식품 생산 과정의 투명성과 위생 관리 기준이 명확할수록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식품 기업들도 생산 과정 관리와 인증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식품 산업 전문가들은 K푸드 확산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핵심 요소라고 본다. 식품 정책을 연구하는 한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관심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안전 관리 체계는 K푸드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밥과 라면으로 대표되는 K푸드는 이제 단순한 한류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경쟁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가 관심을 만들었다면 식품 산업의 경쟁력은 신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식탁 위에서 한국 음식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는 문화 영향력과 식품 안전 관리 체계가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양식품의 밀양 제1공장에서 국외로 수출되는 불닭볶음면이 생산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