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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5만원·지역 20만원…청년문화예술패스 ‘5만원 차등’이 문화격차를 줄일까

서울에 사는 스무 살 청년에게는 15만원, 강원이나 전북, 경남에 사는 같은 나이 청년에게는 20만원이 주어진다. 거주 지역에 따라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년문화예술패스’ 이야기다. 정부는 2026년부터 지원 대상을 기존 19세에서 19~20세로 확대하고, 비수도권 청년의 지원액을 수도권보다 5만원 많은 최대 20만원으로 높였다. 대상자는 2006~2007년생 청년 약 28만명이다. 사용 분야도 공연과 전시뿐 아니라 올해 영화로 넓어졌고, 8월 10일부터는 도서까지 추가됐다.

정부는 같은 날 상반기에 쓰이지 않은 예산 등을 활용한 추가 발급도 시작했다. 1차 발급 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청년의 지원금은 회수됐고, 그 재원을 아직 혜택을 받지 못한 청년에게 다시 배분하는 방식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11월 30일까지 신청을 받고 있으며 지역별 예산이 소진되면 조기 마감한다.

정책만 놓고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청년의 문화비 부담을 낮추고 수도권과 지역 사이 문화향유 격차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동시에 한국 문화정책이 오랫동안 풀지 못한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 놓는다.

지역 청년이 문화를 덜 누리는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돈을 쓸 문화가 가까이에 없어서일까.


서울 15만원, 지역 20만원…정부가 처음 인정한 ‘문화의 주소값’


올해 청년문화예술패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별 차등지원이다.

서울·경기·인천 거주자는 15만원, 그 밖의 비수도권 청년은 2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난해까지 동일 금액을 지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청년에게 5만원을 더 주는 구조다. 정부 스스로 수도권 밖 청년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더 큰 비용과 제약을 겪고 있다는 점을 정책에 반영한 셈이다.

이 변화에는 의미가 있다.

지역 청년은 공연이나 전시를 보기 위해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비와 숙박비가 추가되고 선택할 수 있는 작품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전시 시장을 고려하면 같은 15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문화기회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에 5만원을 더 주는 것은 형식적인 동일 지원보다 실질적인 격차를 보정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5만원이라는 차이가 실제 문화환경의 차이를 얼마나 메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화예술패스는 현금성 생활비가 아니다. 정해진 공연과 전시, 영화, 도서에 사용해야 한다. 결국 지원금의 가치는 액수가 아니라 그 돈을 쓸 수 있는 선택지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의 15만원과 지역의 20만원은 숫자로는 지역이 더 많지만, 문화 선택지까지 포함하면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20만원이 있어도 볼 공연이 없다면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은 대학로나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다수 공연장과 미술관, 영화관을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 대형 뮤지컬부터 독립공연, 전시까지 작품 선택 폭도 넓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패스로 볼 수 있는 공연이 특정 시기에 한두 편에 그치거나 대형 공연을 보기 위해 광역시 또는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경우 지역 청년에게 지급되는 추가 5만원은 문화비가 아니라 사실상 ‘거리 비용’을 보상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러나 청년문화예술패스는 교통비나 숙박비에는 사용할 수 없다.

20만원의 관람비가 있어도 공연 한 편을 보기 위해 왕복 교통비 수만원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면 정책의 체감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화지원금이 존재하는 것과 실제 문화향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이 때문에 지역문화 정책의 핵심 지표를 단순한 ‘지원 인원’이나 ‘지원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한 명이 몇 원을 지원받았는가보다 거주지에서 몇 킬로미터 안에 몇 개의 공연과 전시를 선택할 수 있었는지, 실제 관람까지 이동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사용 가능한 콘텐츠가 어느 지역에 집중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 청년에게 5만원을 더 주기 시작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왜 5만원이 더 필요한 환경이 만들어졌는지도 정책 대상이 돼야 한다.


지원금을 줬는데 왜 한 번도 쓰지 않았을까


올해 8월 추가 발급 과정은 이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를 남겼다.

정부는 1차로 패스를 발급받고도 7월 31일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청년의 지원금을 회수했다. 회수된 재원은 8월 10일부터 신규 신청자에게 다시 배분되고 있다. 이미 전액 회수된 청년은 이번 추가 발급을 다시 신청할 수 없다.

예산 효율성 측면에서는 합리적이다. 사용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예산을 묶어두기보다 다른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정책 관점에서는 ‘왜 쓰지 않았는가’를 먼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신청은 했지만 보고 싶은 작품이 없었을 수도 있고, 원하는 공연이 협력 예매처에 없었을 수도 있다.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이용 방법이 복잡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사용을 단순히 개인의 무관심으로 해석하면 정책이 놓치는 것이 생긴다.

특히 지역별 미사용률을 비교하면 청년문화예술패스의 성패를 평가할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의 미사용률이 높다면 문제는 청년의 문화수요보다 공급환경에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지역별 차이가 크지 않다면 홍보나 사용 절차, 대상 연령에 맞는 콘텐츠 구성 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공개해야 할 데이터도 단순 발급률보다 실제 사용률에 가까워야 한다.

지역별 발급자 수, 최초 사용까지 걸린 기간, 평균 사용액, 장르별 소비 비중, 미사용률, 관외 지역 사용 비중 등을 공개하면 이 정책이 실제 문화격차 완화에 기여하는지 훨씬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도서까지 넓힌 이유…문화향유인가, 예산 소진인가


8월 10일부터 청년문화예술패스 사용 분야에 도서가 추가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초까지 이용 가능 분야는 공연·전시·영화 중심이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문학과 예술, 인문 분야 도서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대했다.

문화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공연장이 적은 지역에서도 서점이나 온라인 판매처를 통해 책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연과 전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패스가 영화로 확대되고 다시 도서까지 넓어졌다는 것은 청년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공연·전시만으로는 예산을 충분히 사용하기 어려운 수요가 존재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청년의 문화소비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도서 확대는 자연스럽다. 반면 공연과 전시 등 현장 예술시장의 신규 관객을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라면 사용 분야 확대가 당초 정책 효과를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썼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위해 쓰게 했는가’가 분명해야 한다.


문화격차는 지갑보다 지도에서 먼저 시작된다


청년문화예술패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문화복지의 기본 단위를 다시 묻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당수 문화복지 정책은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지원금을 주면 더 많은 사람이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전제다.

그러나 지역문화 격차는 소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연장과 전시시설의 위치, 콘텐츠 유통망, 대형 기획사의 지역공연 여부, 대중교통, 상영관 수, 예술단체의 분포가 함께 작동한다. 문화시설이 적은 지역에서는 돈을 더 지급해도 선택지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지역 청년에게 5만원을 더 주는 정책은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비수도권 청년의 추가 지원액과 함께 지역 공연장의 콘텐츠 확보, 지방 순회공연 확대, 지역 예술단체 육성, 문화시설 접근성 개선을 연결해야 한다.

정부도 올해 업무계획에서 청년문화예술패스의 지역 지원 확대와 함께 지방 공연장과 극장 등 이용처를 넓히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가다.

지역 공연장에 콘텐츠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청년에게 지급된 20만원은 결국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청년 개인의 문화경험은 확대될 수 있지만 지역문화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또 다른 정책 목표와는 충돌한다.

정부가 ‘지역 청년에게 더 많이 지원했다’는 사실만으로 문화격차 완화를 선언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음 질문은 ‘얼마를 줬나’가 아니라 ‘어디서 썼나’다


청년문화예술패스는 올해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지원 대상은 19세에서 19~20세로 확대됐고, 지원 인원은 약 28만명으로 늘었다. 비수도권 청년에게는 수도권보다 5만원을 더 지급한다. 공연과 전시 중심이던 이용처에는 영화와 도서가 추가됐다. 8월에는 미사용 예산을 회수해 새로운 대상자에게 다시 나눠주는 추가 발급도 시작됐다.

제도의 외형은 분명 커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규모를 넘어 효과를 증명하는 일이다.

정부가 내년 이 정책을 평가할 때 “몇 명에게 20만원을 지급했다”는 수치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지역 청년이 실제로 몇 차례 공연과 전시를 봤는지, 자신의 거주지에서 소비했는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는지, 어떤 이유로 지원금을 쓰지 못했는지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문화격차는 통장에 찍힌 지원금의 차이가 아니라 일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문화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서울 청년의 15만원보다 지역 청년의 20만원이 정말 더 큰 문화기회를 만들어냈는가.

2026년 청년문화예술패스의 성패를 판단할 질문은 결국 여기에 있다.

정부가 지역 청년에게 5만원을 더 준 것은 문화격차를 인정한 첫걸음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격차의 원인이 문화시설과 콘텐츠의 수도권 집중에 있다면 다음 정책은 지갑이 아니라 지도를 바꿔야 한다.

청년에게 공연을 볼 돈을 주는 정책에서, 청년이 사는 곳에도 볼 만한 공연이 있는 정책으로 넘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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