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KT·LG·업스테이지, 국가대표 AI 선정 경쟁 내년 결판

국가 차원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이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3개 팀의 경쟁 구도로 정리됐다. 정부는 모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을 이어가되 최종 선발 시점을 내년으로 넘기기로 하면서, 이른바 ‘국가대표 AI’ 가리기는 중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 빅테크 의존을 줄이고 국내 기술로 설계·학습한 소위 ‘소버린 AI’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팀이 선정됐고, 이후 팀 구성 변화와 추가 공모를 거쳐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뒤늦게 합류했으나 이번 2차 단계평가에서 탈락했다.

평가 체계는 단순 수치 경쟁을 넘어 실사용 가치까지 따지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총점 100점 가운데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35점, 사용자 25점이 반영됐고, 글로벌 평가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 지표와 한국어·안전성·신뢰성 검증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개발 전략과 기술력, 생태계 파급효과를 점검했고, 일반 이용자 185명과 전문 사용자 49명이 직접 모델을 써본 뒤 평가에 참여했다.

관심을 모았던 모티프는 벤치마크에서 ‘모티프 3’로 47점을 기록하며 성능 지표에서 경쟁력을 보였지만, 사용자 평가 등을 합산한 종합점수에서 상위권에 미치지 못해 다음 단계에 오르지 못했다. 정부는 팀별 총점과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고, 부문별 상하위 간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고만 설명했다. 이는 국내 주요 모델 간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한편, 단일 지표가 경쟁력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워졌음을 방증한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3개 팀은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운다. 업스테이지는 ‘솔라 오픈2’를 기반으로 포털·서비스 기업 및 국산 AI 반도체 업체와의 협업을 강조한다. SK텔레콤의 ‘A.X K2’는 한국어와 수리 추론 성능, 그리고 산업·국방·법무·세무 등 현장 적용 가능성을 앞세운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은 대규모 모델 구조와 에이전틱 AI, 글로벌 협력,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 노력을 내세웠다. 정부 평가의 초점이 ‘한국어 성능’에 머물지 않고 실제 활용성과 생태계 확장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산 자원 지원도 확대된다. 상반기 팀당 B200 기준 약 768장이던 지원은 하반기 약 1000장 수준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별도 사업을 통해 B200·H200 등 첨단 GPU 1만3000여장을 확보 중이며, 상당 물량을 AI 연구·개발 과제에 배분할 계획이다. GPU가 곧 개발 속도와 모델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자원 배분의 방식과 타이밍이 국내 산업의 경쟁 구도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일정은 느슨해졌다. 당초 연내 최종 2개 팀 선정을 목표로 했으나 3차 평가가 내년 초로 넘어가면서 결론도 미뤄졌다. 1차 평가 뒤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탈락, 추가 모집 절차 등이 이어지며 일정과 평가 구조가 복수 차례 조정된 영향이다.

한편 정부는 ‘독파모’와 별도로 국민 대상 범용 서비스를 지향하는 ‘모두의 AI’ 사업을 추진 중이며, 세계 최상위권 모델 개발을 겨냥한 ‘프런티어 AI’ 구상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의 AI’에는 국산 모델 기반 챗봇·공공 AI 에이전트 구축이 포함되고, 선정 기업에 B200 512장 지원이 예고됐다. 사업 목표는 다르지만 참여 기업·인력·GPU가 겹칠 수 있어 자원 분산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도 지원 체계 전반을 큰 틀에서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확보 중인 대규모 GPU와 신규 예산이 확정되면 독파모가 프런티어 전략과 연동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3강’으로 압축된 이번 경쟁은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에 가깝다. 국내 1위를 가리는 경쟁을 넘어 글로벌 기준에 맞춘 성능 향상과 실제 서비스·산업 적용 성과가 병행돼야 의미가 생긴다. 모델 개발, 국민 서비스 확산, 산업 현장 적용 등 정책 목표를 명확히 구분하고 자원을 집중하는가가 내년 최종 선발 이후 국내 AI 경쟁력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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