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교실에 들어오면 교육격차 줄어들까…‘맞춤형 교육’의 가능성과 과제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생마다 다른 수준에 맞춰 학습 내용을 제공하는 ‘AI 맞춤형 교육’이 초등학교 교실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교육부는 2026년 들어 AI 교육자료와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으며, 수학 학습을 지원하는 ‘똑똑! 수학탐험대’와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모두의 한국어’ 같은 시스템을 통해 학생별 진단과 수준별 학습을 강화하고 있다.
이 흐름은 8월 28일 열린 제7차 교육혁신미래포럼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교육부와 전국교원양성대학교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AI로 열어가는 맞춤형 교육’이었다. 초등 교실에서 활용되는 ‘똑똑! 수학탐험대’와 ‘모두의 한국어’를 중심으로 AI가 실제 수업과 학습 지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가 논의됐다.
AI 맞춤형 교육은 쉽게 말해 모든 학생에게 같은 문제와 같은 속도를 적용하는 대신, 학생의 학습 상태를 분석해 필요한 내용과 난이도를 다르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학생이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충 학습이나 다음 단계 학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일괄적인 수업 방식과 차이가 있다.
교육부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AI 교육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학생과 교원이 AI를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AI 교육자료를 확대하고, 맞춤형 AI 교육콘텐츠를 개발하는 한편 기초학력 지원체계와 연계해 학생별 학습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다.
AI가 교육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한 교사가 여러 학생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교실의 구조적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학년, 같은 반에 있어도 학생의 이해도와 학습 속도는 모두 다르다. 어떤 학생은 수학 개념을 한 번의 설명으로 이해하지만 다른 학생은 여러 차례 반복 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학습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학생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문제와 활동이 필요하다.
교사가 이런 차이를 모두 실시간으로 파악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AI 기반 학습 시스템이 학생의 답변과 학습 기록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교사는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은 기초학력 지원에서 특히 주목된다.
학습 부진은 한 번 발생하면 다음 단계의 학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등 수학에서 기본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면 더 복잡한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교사가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발견하고 필요한 학습을 제공할수록 학습 격차가 커지는 것을 막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모두의 한국어’는 AI 맞춤형 교육이 다른 형태의 교육격차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시스템은 이주배경학생이 학교와 가정에서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든 AI 기반 온라인 학습서비스다. 한국어 능력을 진단하고 학생의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학습 과정도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교육부는 올해 사용기관과 학습자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콘텐츠도 늘리고 있다.
한국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에게 언어 문제는 단순히 국어 과목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학 문제의 문장을 이해하거나 사회와 과학 수업의 설명을 따라가는 데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에게 필요한 수준의 한국어 학습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AI는 학교 적응과 학습 참여를 돕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교육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AI가 교실에 들어온다고 해서 교육격차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격차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학교와 지역의 환경 차이다.
AI 기반 학습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안정적인 인터넷과 기기, 적절한 소프트웨어 환경이 필요하다. 학교마다 디지털 환경이 다르고 가정에서 학습을 이어가는 경우에는 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기기의 종류나 인터넷 환경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AI 콘텐츠를 제공해도 누구는 학교와 집에서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누구는 제한된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면 학습 기회의 차이는 남게 된다.
교사의 역량 차이도 중요하다.
AI가 학생별 데이터를 제공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업에 반영할지는 결국 교사의 몫이다. 어떤 학생에게는 반복 학습이 필요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다른 설명 방식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일까지 AI가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교원을 대상으로 기초·심화·전문 단계의 AI 교육 연수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연결된다. 단순히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가 교과수업 안에서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결국 같은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학교라도 교사가 이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교육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AI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오히려 교사라는 시각도 가능하다. AI가 학생의 오답이나 학습 속도를 분석해 줄 수는 있지만, 왜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설명할지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학생이 문제를 틀린 이유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문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인지, 집중하지 못해서인지까지 데이터만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AI 맞춤형 교육을 ‘AI가 교사를 대신하는 교육’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더 세밀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로 봐야 하는 이유다.
학생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맞춤형 학습을 위해서는 학생의 학습 기록과 수준, 오답 등 상당한 정보가 축적될 수밖에 없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얼마나 오래 보관하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특히 어린 학생의 데이터가 장기간 축적되는 만큼 학습 지원에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구분하는 원칙도 중요하다.
또 한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은 AI가 추천하는 학습 내용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이다.
AI가 학생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계속 제공하면 효율적인 학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학생의 학습 범위를 시스템이 판단한 수준 안에 가두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학생의 현재 성적만으로 능력을 판단해 쉬운 문제만 반복하게 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교육은 학생이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만은 아니다. 때로는 조금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경험도 중요하다.
따라서 맞춤형이라는 이름이 학생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거나 고정된 수준에 묶어두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AI 교육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지도 중요하다.
단순히 AI 학습 시스템을 이용하는 학교나 학생 수가 늘었다는 것만으로 교육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 실제로 줄었는지, 이주배경학생의 수업 참여가 개선됐는지, 교사의 업무 부담이 줄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에 따른 활용 격차가 커지고 있지는 않은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교육부는 올해 AI 중점학교 1,141개교를 선정해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서 AI 교육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수 사례를 다른 학교와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도학교 몇 곳의 성공 사례가 곧 모든 학교의 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디지털 인프라와 교사 인력, 학생 구성 등이 다른 학교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AI가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직 단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다.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발견하고 개인별 학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공교육에서 AI는 개별 지원의 범위를 넓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효과는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학교마다 디지털 환경이 크게 다르고 교사의 활용 능력에 격차가 있으며 일부 학생만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면 AI는 기존의 교육격차를 줄이기보다 다른 형태의 격차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질문은 ‘교실에 AI를 도입할 것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 필요한지, 교사가 어떻게 활용할지, 학생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할지, 기술을 사용할 환경이 부족한 학교를 어떻게 지원할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다른 학습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이다. 하지만 좋은 교육은 알고리즘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AI가 학생을 더 잘 가르치는 기술이 되느냐, 아니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 또 하나의 화면을 추가하는 데 그치느냐는 결국 기술 자체보다 학교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