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활동증명 신청 폭증에 현장 ‘과부하’…최휘영 장관 “제도 개편 서두르겠다”

예술인 복지정책의 관문 역할을 해온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신청 급증으로 심사 지연과 업무 과부하에 직면했다. 예술인 지원사업 참여를 위한 기본 자격 확인 절차인 만큼, 제도 운영의 속도와 공정성을 둘러싼 현장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추가 인력 투입과 함께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4일 서울 중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찾아 재단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예술활동증명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예술활동증명이 당초 예술인 복지제도의 취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각종 경력 확인과 지원사업 참여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임시 대응이 아니라 제도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들 근본적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이 창작·실연·기술지원 등 예술 활동을 실제로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절차다. 예술인 복지사업, 창작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등 여러 제도와 연결돼 있어 예술계에서는 사실상 공적 지원을 받기 위한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심사가 늦어질 경우 단순 행정 지연을 넘어 예술인 개인의 생계와 활동 계획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신청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예술활동증명 신청자는 6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인 6만6456명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신청 규모는 13만 건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예년과 비슷한 10명 안팎 수준에 머물러 심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단은 그동안 내부 인력을 총동원해 처리 기간을 줄여왔다. 정용욱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는 신청이 몰리면서 직원 부담이 크게 늘었고, 현장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연초부터 전사적으로 대응해 한때 12~13주까지 걸리던 처리 기간을 8주 수준으로 단축했지만, 신청 증가세를 고려하면 현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재단은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후화된 시스템 개편도 준비하고 있다.
현장 실무자들은 예산과 인력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도원 재단 예술활동증명팀장은 제도가 오랜 기간 운영되면서 심사 기준과 시스템 개선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충분한 보완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인력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행정 체계와 전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우선 인력 지원에 나섰다. 다만 최 장관은 인력 보강만으로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예술활동증명 지연 문제를 줄이기 위해 확보한 예산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제도 설계와 심사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정책 자체가 실패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행정 절차에 활용해 심사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최 장관은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편 특별전담반 회의에도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변화한 예술 환경을 반영한 제도 운영 방향, 예술활동 인정 기준 개선, 장르별 특성을 고려한 심사 방식 등이 논의됐다. 웹툰, 웹소설, 음악, 영화, 미술, 사진, 건축, 공연 등 예술계 각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특별전담반은 지난 3월부터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문체부는 이달까지 특별전담반을 운영한 뒤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술계에서는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복지 지원의 기준으로 기능해온 만큼, 개편 과정에서 신속성과 공정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청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심사가 오래 걸리면 정작 지원이 필요한 예술인들이 제도 밖에 머무를 수 있고, 반대로 기준이 불명확하면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기반 창작자, 신진 예술인, 융복합 예술 활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기준만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충분히 포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최 장관은 예술활동증명이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복지 지원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