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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이 비만을 키운다?…OECD 33개국 분석이 던진 ‘시간 빈곤’ 경고

장시간 노동이 비만을 키운다?…OECD 33개국 분석이 던진 ‘시간 빈곤’ 경고[c]파르트

비만을 둘러싼 논의가 식단과 운동 습관을 넘어 노동시간과 생활 구조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장시간 근무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로 이어져 비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 예방 정책 역시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럽비만연구학회(EASO)가 공개한 연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대 프라디파 코랄레 게다라 박사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2년까지 OECD 33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노동시간과 비만율의 관계를 살폈다. 이 연구는 12일부터 15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유럽비만학회(ECO 2026)에서 발표되는 내용으로, OECD와 세계보건기구,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은행 등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연간 노동시간이 1% 줄어들 때 전체 인구의 비만율이 평균 0.16% 낮아지는 관련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0.23%, 여성은 0.11%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노동시간과 비만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무시간이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핵심은 ‘시간 빈곤’이다. 오래 일할수록 운동할 시간은 줄고, 식사는 빠르고 간편한 음식으로 대체되기 쉽다.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식욕과 체지방 축적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연구진이 제시한 가능성 중 하나다. 즉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선택을 하기 어려운 생활 조건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국가별 흐름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2022년 기준 연구 대상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는 콜롬비아로 2282시간이었고, 멕시코 2226시간, 코스타리카 2149시간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독일은 1340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노르웨이와 벨기에도 1422시간 수준이었다. 같은 해 성인 비만율은 미국이 41.99%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5.54%로 가장 낮았다. 북·서유럽 일부 국가는 상대적으로 노동시간과 비만율이 모두 낮은 편으로 분석됐다.

한국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OECD의 ‘연간 실제 근로시간’ 지표는 근로자 1인당 실제 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하며, 정규 근무와 초과근무, 부업 시간 등을 포함한다. 다만 국가별 통계 산출 방식 차이 때문에 특정 연도의 절대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장기 추세와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고 OECD는 설명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오랫동안 OECD 평균보다 긴 노동시간을 보인 국가로 꼽혀 왔고, 장시간 근로 관행이 건강과 돌봄, 여가, 식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식품 섭취량만으로 비만율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부 중남미 국가는 평균 열량과 지방 섭취량이 유럽 국가들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비만율은 오히려 더 높은 경우가 있었다. 이는 노동시간, 도시 환경, 교통 인프라, 식품 접근성, 소득 수준, 문화적 생활 리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만의 사회경제적 부담은 이미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주요 보건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OECD는 비만과 과체중이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해왔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에서 비만 인구는 큰 공중보건 과제로 자리 잡았고, 과체중 문제는 결근과 생산성 저하 등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근무시간을 줄이면 곧바로 살이 빠진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가 단위의 장기 데이터를 비교한 연구인 만큼 개인별 생활습관, 직무 형태, 소득, 지역 환경 같은 변수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학술대회 발표 연구는 향후 동료평가 논문으로 검증되는 과정에서 세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분석은 비만 정책의 초점을 넓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권하는 캠페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균형, 충분한 휴가, 걷기 쉬운 도시 환경, 건강한 식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생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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