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랑, 1916년생 세 거장 조명…유영국·이봉상·최영림 특별전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한 축을 이룬 1916년생 작가 3인을 함께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탄생 110주년 특별전: 유영국, 이봉상, 최영림’으로, 현대화랑은 이번 기획을 통해 같은 해 태어나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구축한 세 작가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전시는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의 강점은 세 작가를 단순한 ‘동갑내기 화가’로 묶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현대화랑은 유영국을 자연을 기하학적 질서와 색면 관계로 환원하며 한국 추상미술의 지평을 확장한 작가로, 최영림을 전통 재료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낸 작가로, 이봉상을 구상회화에 반추상적 조형 감각을 도입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가로 설명한다. 서로 작업 방식은 달랐지만, 한국적 미감의 현대적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밀고 나갔다는 점이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다.
가장 익숙한 이름은 유영국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영국을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소개하며, 그의 작업이 점·선·면·형·색 같은 기본 조형요소를 통해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는 회화라고 설명한다. 울진의 산과 바다, 계곡, 태양 같은 자연 풍경은 그의 화면에서 사실적 재현이 아니라 강렬한 색채와 절제된 구조로 다시 태어났고, 그 과정에서 한국 추상회화의 독자적 어법이 구축됐다. 이번 전시는 그 유영국을 단독 영웅으로 세우기보다, 동시대 다른 방향에서 한국미술의 현대화를 밀어붙인 작가들과 나란히 놓는 데 의미가 있다.
최영림은 전시의 균형을 잡아주는 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그는 평양 광성고보 시절부터 판화를 익혔고, 일본 태평양미술학교에서 목판화를 배운 뒤 조선미전과 국전 등을 거치며 활동했다. 그의 작업은 토속적 정서와 설화적 상상력, 전통 재료에 대한 관심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현대화랑이 최영림을 두고 한국적 정서를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낸 작가라고 설명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최영림은 유영국의 추상과 대비되면서도, 한국적 회화가 반드시 하나의 양식으로만 성립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 온 이봉상을 다시 불러낸 점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대목이다. 현대화랑은 이봉상을 반추상적 감각을 구상회화 안으로 끌어들인 작가로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와 전시 리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서는 1950~1960년대 이봉상 작품이 함께 출품돼, 강한 색채와 대담한 형태, 거친 필치로 구축한 독자적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