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헤드라인

10년 만에 다시 슈만으로…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꺼내든 오래된 대화

5월 21일 금호아트홀 연세 ‘스페이스’서 음반 발매 기념 공연

[피아니스트 김다솔 [c]파르트]

어떤 작곡가는 한 시기에 스쳐 지나가고, 어떤 작곡가는 오래 남는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에게 로베르트 슈만은 분명 후자에 속한다. 한때 집중적으로 해석하고 연주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그 사이 흘러간 시간만큼 연주자 자신도 변하고, 같은 악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역시 달라진다. 5월 21일 금호아트홀 연세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김다솔의 공연은 바로 그런 변화의 시간, 그리고 한 연주자가 한 작곡가와 오래도록 이어온 내밀한 대화를 무대 위로 꺼내 보이는 자리다.

김다솔은 2015년 데뷔 음반 Dasol Kim plays Schumann을 통해 처음 본격적으로 슈만의 세계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 바 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뒤, 그는 다시 슈만으로 돌아온다. 2026년 4월 새 음반 발매를 계기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단순한 기념 무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해온 해석의 깊이와 음악적 사유의 궤적을 관객과 나누는 자리로 읽힌다. 처음의 슈만이 발견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슈만은 삶과 예술의 시간을 함께 통과해 온 오래된 동반자에 가깝다.

이번 무대에서 김다솔은 ‘숲의 정경, Op.82’, ‘사육제, Op.9’, ‘다비드 동맹 무곡집, Op.6’을 연주한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표정으로 슈만의 내면을 비춘다. 자연의 이미지와 시적인 정서를 담아낸 ‘숲의 정경’은 슈만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사색적 깊이를 드러내며, ‘사육제’는 수많은 성격과 정서가 교차하는 무대 같은 작품으로 작곡가의 상상력과 극적 감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비드 동맹 무곡집’은 슈만 안에 공존하던 복수의 자아와 기질을 음악으로 풀어낸 초기작으로, 내면의 흔들림과 이상, 충동과 서정이 복합적으로 얽힌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대표작을 나열한 구성이 아니다. 오히려 슈만이라는 인물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는 하나의 심리적 초상에 가깝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 상상 속 인물들을 불러내는 극적 감각, 그리고 자기 안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음악 안에 공존시키는 방식까지, 이번 무대는 슈만의 음악을 작곡 기법이나 낭만주의 양식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매우 인간적인 감정의 기록으로 들려준다. 김다솔이 이 작품들을 통해 조명하려는 것도 결국 ‘위대한 작곡가’ 이전의 슈만, 즉 사랑하고 흔들리고 꿈꾸고 불안해했던 한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의 핵심은 ‘우정’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일방적 해석이 아니라 상호적인 만남에 있다. 김다솔은 이번 기획에 대해 “슈만과 저는 긴 시간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음악으로 이어진 대화가 우리를 엮어주었습니다. 슈만의 음악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집니다. 그의 음악은 숨 쉬고, 떨리며, 거리낌 없이 사랑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은 슈만의 작품을 연주한다는 것이 단지 악보를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오늘의 자신이 건져 올릴 수 있는 감정과 질문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김다솔의 연주는 그동안 화려한 제스처보다 음악 안의 결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태도로 주목받아 왔다. 풍부한 감성과 섬세한 통찰력, 진정성 있는 해석이라는 평가 역시 이 같은 음악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번 슈만 프로그램은 그 장점을 가장 설득력 있게 드러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슈만의 음악은 표면적인 아름다움만으로는 충분히 다가갈 수 없는 작품들이다. 그 안의 섬세한 흔들림과 돌연한 감정의 전환, 서정과 불안이 교차하는 미세한 결까지 포착해야 비로소 살아난다. 김다솔은 바로 그 지점에서 슈만과 가장 깊이 만나는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해 왔다.

이번 공연은 새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무대이면서 동시에, 지난 10년의 시간을 되짚는 예술적 회고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를 되풀이하는 회상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가능해진 새로운 이해에 더 가깝다. 같은 작곡가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결국 그 음악을 통해 지금의 자신을 다시 비춰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무대는 김다솔이 슈만을 연주하는 공연인 동시에, 슈만이라는 거울 앞에 다시 선 연주자 김다솔의 현재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5월 21일 금호아트홀 연세 ‘스페이스’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슈만의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은 물론, 한 연주자가 한 작곡가와 어떻게 오랜 시간 관계를 맺고 그것을 예술로 성숙시켜 가는지 궁금한 이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다시 꺼내든 슈만은 더 이상 과거의 레퍼토리가 아니라, 시간을 견디며 더욱 또렷해진 우정의 이름으로 관객 앞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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