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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본의 통일교 해산, 한국도 남의 일 아니야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 천승전, 천정궁박물관 모습, 촬영:최창호기자]

일본 사회가 통일교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이제 분명히 달라졌다. 더는 “특정 종교단체를 둘러싼 시끄러운 논란” 정도로 넘기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그 자유가 조직적 피해를 덮는 방패가 될 수 있는지, 국가는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 있는지 같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지방법원은 지난 3월 25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이른바 옛 통일교에 대해 종교법인법에 따른 해산을 명령했다. 법원은 장기간에 걸친 헌금 권유 등이 전국적으로 이뤄졌고, 그 피해 규모가 “유례없이 방대하다”고 봤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이 결정을 피해자 구제를 위한 “중대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볼 것은 일본 법원이 교리의 진위를 재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슨 종교를 믿을 수 있느냐”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종교법인이라는 공적 지위를 유지할 만큼 적법성과 공공성을 갖췄느냐를 따진 것이다. 종교의 자유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종교의 이름 아래 누적된 불법성과 피해를 따로 본 셈이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민주사회에서 신앙의 자유는 보호돼야 하지만, 그 자유가 모든 조직 운영을 면책해 주는 통행증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오래 걸렸다.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 이후 통일교와 정치권의 관계, 고액 헌금 문제, 이른바 종교 2세의 피해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건은 한 개인의 범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왜 일본 사회가 이 문제를 그렇게 오래 방치했는가, 왜 정치권은 그렇게 오랫동안 가까이 있었는가, 왜 피해는 사적 고통으로만 남아 있었는가를 되묻게 했다. 해산 명령은 그 뒤늦은 제도적 응답이다.

하지만 해산 명령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오히려 그 이후를 더 걱정한다. 현행 종교법인법상 청산 규정이 지나치게 단순해, 피해 규모가 큰 사건에서 실효성 있는 구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산인의 조사 권한 강화, 자료 보존 의무, 법률 지원 확대 같은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얘기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사회도 이 문제를 남의 나라 일처럼 보기 어렵다. 통일교는 한국에서 시작된 종교다. 한국 역시 종교와 정치, 신앙과 사업, 헌신과 헌금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면을 낯설지 않게 봐 왔다. 일본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한국에 옮길 수는 없다. 법제도 다르고 사회적 맥락도 다르다. 그래도 질문만큼은 같다. 종교단체의 내부 문제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외부 검증을 피할 수 있는가. 피해가 장기간 반복됐다면 국가는 어디서부터 개입해야 하는가.

더구나 이 문제는 반종교 정서로 밀어붙일 일도 아니다. 국가가 종교를 가볍게 건드리기 시작하면, 그것 역시 다른 위험을 낳는다. 그렇다고 종교를 무조건 성역으로 둘 수도 없다. 일본이 보여준 것은 이 둘 사이의 불편한 긴장이다. 신앙은 지켜야 하지만, 피해는 따져 물어야 한다. 자유는 보호해야 하지만, 책임도 예외일 수 없다.

결국 일본의 통일교 해산 명령이 던진 질문은 하나다. 종교의 자유는 무엇을 지키기 위한 자유인가. 신앙 자체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조직의 잘못까지 가려주는 보호막인지 말이다. 일본 사회는 뒤늦게나마 이 둘을 분리해 보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도 언젠가는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종교 혐오도, 무조건적인 종교 옹호도 아니다. 종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종교법인이라면 그에 걸맞은 공적 책임도 분명히 묻는 원칙이다. 일본이 지금 겪고 있는 혼란은, 어쩌면 한국이 너무 오래 미뤄온 질문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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