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난파선 생존 기록 250명 중 145명생환…‘웨이저’, 인간 본성과 제국 권력 드러내

18세기 영국 군함 난파 사건을 다룬 논픽션이 출간됐다. 극한 생존 상황과 이후 재판 기록까지 이어진 사건을 복원한 책이다.
데이비드 그랜의 ‘웨이저’는 1741년 남아메리카 최남단 케이프 혼 인근에서 발생한 난파 사건을 다룬다. 장교와 수병 250명을 태운 군함은 폭풍을 만나 부서졌고, 생존자는 145명에 그쳤다.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무인도에 고립됐다. 추위와 질병, 식량 부족이 동시에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집단 내부 질서는 빠르게 무너졌다.
지휘 체계는 유지되지 않았다. 일부는 명령을 따르려 했고, 일부는 이를 거부했다. 집단은 나뉘었고 충돌이 반복됐다. 생존을 둘러싼 선택이 이어지면서 폭력과 약탈이 발생했다.
식량 부족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규범은 유지되지 않았고, 생존을 위한 행동이 이어졌다. 일부는 금기를 넘는 선택을 했다. 생존 자체가 기준이 되는 상황이었다.
책은 무인도에서의 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살아 돌아온 인물들은 군사재판에 서게 된다. 문제는 사건이 하나였다는 점이다.
같은 일을 겪은 생존자들의 진술은 일치하지 않았다. 누가 명령을 어겼는지, 누가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일한 사건이 전혀 다른 기록으로 남았다.
저자는 항해 기록과 재판 문서,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한쪽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다른 기록을 나란히 놓는다. 기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제국의 대응도 확인된다. 사건은 통제되고 정리됐다. 어떤 기록이 남고, 어떤 기록이 배제될지 역시 선택의 결과였다.
이 책은 생존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기록의 문제로 이어진다. 무엇이 사실인지보다 어떤 이야기가 남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최근 출판과 영상 시장에서는 실존 사건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늘고 있다.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영화와 드라마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웨이저’ 역시 영화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을 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할 예정이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형태로 반복되는 흐름 속에서, 기록은 새로운 콘텐츠의 출발점이 된다. 과거 사건이 현재 시장에서 다시 소비되는 방식이다.
‘웨이저’는 464쪽 분량으로 구성됐다. 번역은 김승욱이 맡았다.
남는 것은 생존이 아니다. 서로 다른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