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량 중년기에 나타나는 변화국립현대무용단, ‘무용×기술 오픈위크’ 개최…예술과 기술의 접점, 실험 넘어 성과로 이어질까월경량 중년기에 나타나는 변화

국립현대무용단의 ‘2025 무용×기술 오픈위크’에서 움직임 워크숍을 진행하는 네지 피진. ⓒKai Maetani

국립현대무용단이 오는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계동 옛 국립극단 공간에서 ‘2025 무용×기술 오픈위크’를 연다. 2021년부터 운영해 온 ‘무용×기술 창작랩’의 성과를 공개하는 자리로,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을 활용한 실험적 작업들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4년간 이어진 창작랩의 연구를 일반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형식으로 확장한 데 의미를 둔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그동안 ‘포스트 휴먼’과 ‘포스트 휴머니즘’을 주제로 기술과 신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탐구해 왔으며, 이번 오픈위크에서는 이를 전시, 렉처 퍼포먼스, 관객 참여형 시연작 형태로 선보인다.
프로그램에는 총 8개 팀이 참여한다. AI가 인식하지 못하는 춤을 탐구하는 ‘넌댄스 댄스’, 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해 존재와 기억의 문제를 다루는 ‘자리와 주름: 아키타입’, 기계 장치를 통해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탐색하는 ‘기원’, 로봇 팔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핸드-메이드-핸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디지털 신체와 인간의 감각을 연결하는 ‘퍼포먼스 테스트’, VR 환경에서 춤의 경험을 다시 묻는 ‘VR에서 춤을 보는 건 일단 재미없음’, AI와 창작 과정의 경계를 다루는 ‘에이아이-아이에이’, XR 기반 협업 작품 ‘문문문’도 포함된다.
행사 구성만 놓고 보면 무용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퍼포먼스의 여러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특히 단순 시연에 그치지 않고, 강연과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자들이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작업했는지를 공유하려는 점은 눈에 띈다. 기술을 단순한 시각효과나 장식으로 쓰기보다, 신체와 감각, 무대의 조건을 다시 묻는 매개로 삼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프로젝트가 실제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은 최근 공연예술계에서 자주 시도되고 있지만, 기술 자체의 신선함이 작품의 완성도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AI나 VR, XR 같은 용어가 전면에 나설수록, 정작 춤과 신체가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드러나는지보다 기술 시연 성격이 더 강해질 위험도 있다. 결국 이번 오픈위크의 성패는 첨단 기술을 얼마나 도입했느냐보다, 그 기술이 무용의 질문을 얼마나 깊게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이 행사가 ‘성과 공개’에 머물지, 실제 창작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창작랩을 4년간 운영해 왔지만, 이런 실험들이 단발성 프로젝트를 넘어 국내 공연예술 현장의 지속 가능한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후속 제작, 기술 인력 양성, 협업 지원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오픈위크가 흥미로운 실험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친다면 제도적 성과로 보기 어렵다.
전문 무용수와 창작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일본 안무가 네지 피진의 움직임 워크숍과, 예술과 기술 협업의 방법론 및 지원 체계를 논의하는 포럼이 예정돼 있다. 이는 단순한 전시·공연 행사를 넘어, 기술 기반 창작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조건 속에 가능해지는지까지 고민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입장료는 7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책정됐고,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매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는 실험적 공연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로 볼 수 있지만, 낯선 형식의 작업이 일반 관객에게 얼마나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결국 이번 ‘무용×기술 오픈위크’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 4년간 축적한 실험을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을 둘러싼 기대가 큰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새 장비나 플랫폼이 아니라, 그것이 예술의 질문을 얼마나 새롭게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행사가 기술 친화적 이벤트를 넘어, 무용이 기술과 함께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