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바티칸 조각가 한진섭 초대전…종교 조형에서 대중 이미지로 확장

[사진:한진섭 작가의 작품 .제공:스페이스 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작품을 설치한 조각가 한진섭이 서울에서 초대전을 연다. 종교 조형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 최근 대중문화 이미지와 연결되며 재해석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문을 연 조각 전문 갤러리 ‘스페이스 톤’은 한진섭 초대전 ‘무게에 깃든 가장 섬세한 이야기’를 12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대표작과 신작 등 22점이 포함됐다.

한진섭은 2023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석을 설치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한국 조각가가 해당 공간에 작품을 설치한 사례는 드물다. 그의 작업은 돌이라는 재료를 기반으로 인간과 신앙, 존재를 다루는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최근에는 작품이 다른 맥락에서 소비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사자보이즈’가 전통 복식을 착용한 성상과 유사하다는 반응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다. 이를 계기로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바티칸 사자보이즈’라는 별칭이 붙었다. 종교 조형물이 대중 콘텐츠 이미지와 연결된 사례로 해석된다.

전시는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1층 ‘일상의 무게’, 지하 1층 ‘뿌리와 마음’, 2층 ‘기억의 정원’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공간은 돌이라는 재료가 지닌 물성과 인간 경험의 관계를 단계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조각 과정을 ‘덜어내는 작업’으로 설명한다. 한진섭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본질을 드러내는 과정이 조각”이라며 “무게를 통해 인간의 삶과 신앙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신생 공간 개관과 맞물려 열린다. 스페이스 톤은 조각 중심 전시를 내세우며 합정동 일대에 문을 열었다. 국내 전시 시장이 회화 중심에서 설치·조각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입체 작업을 전면에 내세운 공간이 등장한 것이다.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글로벌 미술시장 조사기관 아트 바젤과 UBS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미술 거래에서 회화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조각과 설치 작업의 거래 비중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전시 방식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작품 소비 방식과도 맞물린다. 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특정 작품이 전시 공간을 넘어 대중문화 맥락에서 재해석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교 조형물 역시 상징성과 시각적 특징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미술계에서는 조각 작업의 노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시 기획분야 관계자는 “이미지 중심 플랫폼에서 조각은 사진과 영상으로 재가공되며 다른 층위의 해석을 만들어낸다”며 “전통적 맥락과 대중적 소비가 동시에 작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종교적 조형 언어로 구축된 작업이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새로운 이미지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전시 공간과 온라인 플랫폼을 넘나드는 작품 소비 방식 변화가 조각 분야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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